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보유·거래稅 없고 전매도 가능 '부동산 투기꾼 천국'

정부, 토지매각 재정수입 커 개발업자와 사실상 '윈윈'<br>작년 대도시 집값 70% 급등… 거주민65% "떠나고 싶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면서 중국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 '워쥐(달팽이집) 신드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워쥐는 중국 서민들의 고난한 집 장만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TV드라마로 내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도시민의 자화상을 그대로 투영해 중국인의 애닯은 공감을 자아냈다. 극중 여주인공은 언니가 집을 살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부패 관리의 정부가 되는 얘기도 나온다. 이쯤되자 베이징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리 부패를 다룬다는 이유로 최근 워쥐 방영을 금지시켰을 정도다. 중국 현지 주간지인 경제관찰보가 지난해말 베이징 등 전국 주요 대도시민을 상대로 무작위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5.71%가 집값 급등때문에 대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 우려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께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집값은 지난해 9월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더니 올 들어서도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개발업자의 무분별한 토지 매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학계는 물론이고 부동산업자 등 시장 참가자들도 일제히 버블을 경고하고 정부가 잇단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부동산 투자를 조장한 탓도 있지만 중국에만 있는 특유의 부동산 세제 구조, 정부의 기형적인 부동산 재정 수입 과다 구조 등이 기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기꾼 맞춤형 부동산 세제= 중국의 부동산 세제를 보면 투기꾼이 집을 사고 팔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가 중국에는 없다. 한국의 경우 값비싼 서울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월급 생활자는 연말에 1,000만원 안팎의 재산세를 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이념상 토지는 근본적으로 국가 소유이고 민간이 50년에서 70년을 장기 임대한다는 개념 때문에 보유세가 없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상 민간의 소유를 인정하는 자본주의를 택한 터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다. 소유에 따른 재산세도 없는데다 부동산 매매에 통상 따라다니는 거래세도 사실상 없다. 지난해 초 경기부양을 한다는 명분으로 구입후 5년내에 부동산을 팔 경우 부동산 가격에 매기던 5.5%의 거래세를 폐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집값이 천정 부지로 치솟자 거래세 면제 조건을 매입후 5년 이내에서 2년 이내로 제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부동산 가격 진정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치고 빠지는 부동산 매매로 돈을 버는 투기꾼 입장에서는 매매 행위를 결정할 때 최대의 관심사가 세금 문제다. 보유에 따른 세금도, 거래에 따른 세금도 없는 이같은 세제 구조는 부동산의 큰 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다 자금 추적을 피하고 싶은 투기꾼에게는 공증을 통한 사실상의 전매가 가능해 실제 소유주를 숨길 수 있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홍콩의 한 재력가가 베이징 시내 차오칭반 인근의 대형 아파트 25채를 1억위안(165억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25채를 전부 갖고있던 중국인은 7,000만위안의 이득을 챙겨 중국 언론에 기사화하는 등 세간에 회자됐다. ◇정부-업자 공생 구조도 한 몫= 지난해 12월 30일 베이징시 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자 등을 상대로 먼토우고우 구역 등 시내 및 외곽의 7곳에 대한 토지 경매에 나서 일거에 77억7,000만위안의 재정 수입을 챙겼다. 이날 경매는 평균 프리미엄이 300%를 넘어섰다. 먼토우고우 지역 낙찰가는 8억200만원으로 입찰 시초가인 1억1,473만위안보다 무려 7배 가까이 뛰었다. 이날 중국 서부의 충칭시 정부도 33만6,600평방미터의 토지를 경매에 부쳐 모 부동산 개발업자에 51억위안을 받고 팔았다.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관련 토지 매각에 의지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부동산 시장이 냉각돼 세수가 축소되는게 달가울 리 없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동산 수입은 어떻게든 필요한 처지다. 베이징시 정부는 지난 2007년 토지 매각으로 503억위안을 벌었는데 이는 전체 수입의 27%에 달한다. 일부 지방 정부는 부동산 관련 재정 수입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상황이다. 칭화대의 패트릭 초바넥 조교수는 "중국 정부의 재정 수입중 부동산 매각 수입 대금 비중이 너무 높다"며 "지나친 부동한 매각 수입 의존도 때문에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든 올리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토지 매각은 일회성 수입인 만큼 부동산 재산세 도입 등을 통해 꾸준한 수입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정부로부터 토지를 사들이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가 630억위안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비롯해 상위 20개 업체의 매출 규모가 5,231억위안에 달했다. ◇커지는 워쥐 신드롬=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정부와 개발업자는 '윈-윈'하고 있지만 집없는 서민의 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집값은 평균 70% 안팎 상승했다. 그나마 서민들이 장만 가능한 신규 소형 아파트를 공급받는 것도 힘들다. 개발업자들이 '돈 되는' 대형 아파트 건설에만 열을 올리고 마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 아파트 건설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6년에 서민을 위한 소형 아파트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업자들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의 70%를 90평방(한국 평수로 27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로 짓도록 하는 이른바 '90/70' 정책을 내놓았지만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 부동산 투자 재정 집행을 위주로 한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실행되면서 부동산 개발 이권을 둘러싼 고위 당정관리의 부패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려 집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의 소외감은 더욱 커졌다. 중국 일간신문인 법제일보가 모 변호사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영기업 범죄의 건당 횡령 규모는 1억98만위안으로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건당 규모의 10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사법당국에 적발된 고위 당정 관리와 국영기업의 부패 사례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고위층 전반에 뇌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독버섯처럼 번져있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