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경제 죽인 사람들 다 나와!

김희중 <논설위원>

“백수라고, 그게 내 잘못이야? 경제 죽인 놈들 다 나오라고 해!”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삼순이가 한때 취직이 안돼 외친 절규다. 청년 실업자를 대변한 삼순이의 이 외침에 정부는 어떻게 대답할까. 그동안 참여정부의 관료나 정치인들이 했던 말로 유추해보면 아마 이러하지 않을까. “우리 경제는 지금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아마 올 가을부터는 회복될 것이다. 청년실업문제는 일자리가 없기보다는 젊은이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대답은 그러려니 하고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몰매를 맞을지도 모른다. 국민감정은 지금 폭발 직전이다.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청년실업은 물론 노년실업도 날로 늘고 있다. 오죽하면 청와대 홈페이지에 ‘참여정부는 서민의 눈물로 목욕하고 싶나’라는 표현까지 게재될 정도일까. 열린우리당 의원당직실에는 실정을 비난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지기반이 됐던 없는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친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이제 참여정부는 더 이상 남의 탓을 그만두고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라. 우선 시장과 맞서지 말고 시장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여라. 온갖 처방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은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런 시장을 인위적으로 때려잡으려 하니 부작용만 더 심해졌다. 가만히 놔두니만 못한 꼴이 됐다. 부동산에 대한 접근방식도 바꿔라. 주택을 한번 보자. 우리 사회는 아직도 주택을 주거가 아닌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모두들 형편이 나아지면 큰 집으로 이사하려 한다. 그런데 정부는 어떤가. 인기도 없는 소형과 임대주택 보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투자상품으로서의 부동산도 그렇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부동산만큼 확실한 노후보장이나 재테크 수단이 없다. 국민들 사이에 ‘땅은 절대로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은 신념처럼 확고하다. 국민은 땅이나 집에 돈을 묻어두는 것을 투자라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투기로 보고 있다. 시장과 코드가 맞지 않으니 시장을 잡을 수가 없다. 시장에 맞서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이 따를 수밖에 없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땐 책임지는 시스템 필요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 경제팀의 과감한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 엉성하고 부실한 정책발표로 시장을 혼란하게 하고 다시 정책을 수정하는 등의 아마추어 국정운영이 계속된다면 정책불신은 정부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국민은 이미 현 경제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지 오래다. 그들이 자리를 계속 지키는 한 나오는 정책이란 땜질처방이나 면피성 대책에 불과할 것이다. 실패한 경제팀에게 계속 정책개발을 주문한다는 것은 현 정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차제에 정책실패시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에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태국 법원은 얼마 전 렁차이 마라카논 전 중앙은행 총재에게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정책을 잘못해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우리 돈으로 무려 4조5,7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외환위기 청문회가 열렸지만 모두 면죄부를 주었다. 지금도 중앙은행 총재의 잦은 실언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경제 죽인 놈들 다 나오라고 해!”라는 말이 실제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손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상황이 됐을 때 누구의 잘못이라고 핑계를 댄다면 그때는 이미 때가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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