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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천억원씩 적자를 내면서 재정 블랙홀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이르면 2016년께 홍콩의 MTR 방식으로 통합된다. 홍콩 MTR는 지난 2007년 말 MTR와 KCR 2개 노선으로 운영되다 MTR로 전격 통합되면서 역사개발은 물론 통합에 따른 요금인하에도 성공하며 성공 모델로 꼽히고 있다.
서울지하철은 1994년부터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등 양대 공사 체제로 분리·운영돼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직과 인원의 중복 운영에 따른 비효율성이 부각되면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통합 논의 전제조건으로 경영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양 공사 합병을 위한 세부 일정 등을 포함한 '지하철 혁신안'을 오는 10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노동조합과의 교감이 이뤄져 오랜 과제로 남아 있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합병을 2016년 상반기까지 추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도 최근 중국 방문 기간 중 현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양 공사 구성원 사이에 공감대가 있을 경우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올 3월 서울시 산하 공기업 컨설팅 결과 지하철 양 공사의 통합안을 처음 제시했다. 당시 맥킨지는 중복업무 통합과 전동차 합동 구매 등을 통해 4년간 1,411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맥킨지가 서울 지하철 통합을 위해 사례로 든 것이 홍콩의 MTR다. MTR는 2007년 말 서울처럼 2개 노선으로 운영되던 지하철을 통합해 만든 것인데 대규모 통합 역사개발에 따른 새로운 수익창출과 인건비 절감, 통합에 따른 요금인하 효과 등을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양 공사 통합논의가 이뤄지면 홍콩 MTR 사례 등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표할 지하철 혁신안에는 양 공사 통합으로 공동발주를 통한 구매비용 절감과 공통조직 일원화를 통한 인력 효율성 개선, 신규사업 공동 추진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통합 공사가 추진할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역사명 병기 허용이나 상업시설 유치를 유리하도록 지하철 역사 구조개선 등도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대 지하철 역사는 화장실 외에 새롭게 동선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며 "앞으로는 SPA 브랜드나 슈퍼마켓, 애완견점 등 승객편의 서비스를 유치해 새로운 동선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 구조를 바꿔 승객 동선을 바꾸고 이를 통해 상업시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노조가 통합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직접 경영 참여를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노조가 경영에 직접 참여할 경우 사측과 인사권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통합 이후 대규모 인력감축 우려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다. 올 초 맥킨지는 양 공사의 본사 지원부서와 중정비창 통폐합, 통합관제 시스템 구축, 콜센터 외주화 등을 통해 480여명의 인원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양 공사 직원은 1만6,000여명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통합이 진행되면 외주화가 가능한 업무 분야는 분사해 별도 회사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양 공사 통합을 위해 노조를 논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시키기로 하고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