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의신탁 토지 소유권 불인정] 소유권 분쟁 불보듯 부동산시장 큰 파장

9일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제법)이 금지한 명의신탁으로 토지를 매입한 사람에 대해서 악의적인 의도여부와는 상관없이 토지소유권을 불허하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향후 부동산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아직 상급심의 최종 확정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명의신탁시에도 실소유자에게 소유권은 인정했던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명의신탁자는 소유권상실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가 됐다. 또 그 동안 공공연히 실명제를 위반하며 투기ㆍ탈세ㆍ탈법을 위해 명의신탁을 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 등으로 다루어 왔으나 이제는 아예 소유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에서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한편 대법원 등 기존 판례는 명의신탁이 불법행위라고 해석하면서도 명의신탁자나 수탁자에게 선량한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확실한 불법의도가 있지 않는 이상 실소유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해 왔다. ◇사건전개는=법원은 이날 정모씨등 4명이 “김모(59ㆍ여)씨 등 4명은 서울 돈암동 토지 3,300㎡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H사찰은 이 토지의 소유권을 원고에게 넘겨라”며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문제의 토지는 지난 2000년 5월 H사찰에서 윤모씨에게 이전등기된 뒤 2002년 12월 상속을 원인으로 김씨 등에게 소유권이전 등기가 마쳐졌으나 원고들은 “우리가 H사찰에서 토지를 사면서 윤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인데 명의신탁은 법적으로 무효이므로 소유권은 윤씨의 상속인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며 소송을 냈다. ◇명의신탁은 법적보호가 안 된다=재판부는 이에 대해 판결문을 통해 “타인 명의를 빌렸다는 이유만으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는 것이 지나 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동산실명제법에 규정된 특례조항이나 다른 신탁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이 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을 감행한 것은 반사회적 탈법행위로 보아 법적 보호를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실명제법은 채무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한 경우와 종중이나 배우자간의 명의신탁에 관한 특례를 두고 있고 그 밖에 신탁제도가 필요한 경우는 신탁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제법의 과징금이나 형사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민사상 청구에 대한 협력을 거부해야 하며 이 경우 매도인이나 명의수탁자에게 부당이득을 주게 될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사회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소유권 분쟁 우려도=이번 판결에 따라 신탁법상의 정상절차를 거치지 않은 거의 모든 명의신탁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기나 탈세를 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 동안 다수의 기업들이 직원들의 명의로 부동산을 사거나 금융거래를 해왔는데 이날 판결로 이들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요구하면 법적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필요한 경우는 부동산실명제법의 특례조항이나 신탁법 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 데도 이에 반한 것은 사적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모두 불법행위가 된다”며 “상급심의 판단을 새로 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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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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