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규제 포함여부 최대 쟁점 떠올라

■ 미·EU FTA 첫 공식협상 테이블<br>백악관 "규제수위 낮아져" 난색<br>EU "유럽 시스템 무시" 반발<br>초반부터 가시밭길 예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협상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처음 열렸다. 하지만 첫날 금융시장 규제를 협상 안건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협상 초반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백악관은 깐깐하다고 자부해온 자국 금융시장 규제안이 FTA 협상으로 EU의 규제안과 섞일 경우 규제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반면 EU는 미국이 EU의 규제안을 무시한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로써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프랑스가 자국 시청각산업을 협상안건에서 빼자고 주장하며 시작 전부터 삐걱대던 협상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양측은 일단 농업ㆍ전자상거래 등 15개 협상분과를 만드는 기술적 측면에만 합의한 채 첫 회담을 마쳤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악관은 EU와의 FTA 협상에서 금융시장 규제안을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금융 규제안이 완화돼 금융회사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U는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나디아 칼비노 EU 금융서비스 부문 부위원장은 "금융규제를 협상안건에서 빼자는 것은 미국이 유럽의 규제 시스템을 못 믿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U 고위관계자들은 규제안이 협상안건에서 빠질 경우 금융규제가 이원화되고 자칫 자국 금융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EU 양측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금융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EU 측 방안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0년 은행의 소매업과 투자은행(IB) 업무를 분리하는 것(링펜스)을 골자로 한 도드프랭크법을 통과시켰으며 최근에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대형은행의 자본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규제안을 의결했다.


백악관이 자국의 규제안만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 민주당과 로비그룹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금융규제안을 FTA 안건에서 빼라고 압박해 백악관이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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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양측의 FTA 협상에서 사생활 관련규제 철폐 문제에도 대립이 커지고 있다고 8일 로이터가 전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EU의 깐깐한 사생활 규제로 유럽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이를 철폐해줄 것을 백악관에 요청했다. 하지만 EU는 전통적 사생활 보호를 중시해온데다 최근 NSA 도청 파문까지 터지면서 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피터슨연구소의 제프리 스콧 수석연구원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협상이 더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와 유럽 에어버스 간 무역분쟁도 협상의 걸림돌이다. 현재 보잉과 에어버스는 상대방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서로를 제소한 상태다. 이외에도 미국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규제를 철폐하라고 요구했으나 유럽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으며 의약품ㆍ자동차ㆍ화학 분야에서도 양측의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양측의 협상이 타결목표 시점인 내년 말을 넘어 오는 201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관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블룸버그도 "한국과 미국의 FTA가 2006년 시작돼 2011년에 체결됐다"며 "이번 FTA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 또한 EU와 캐나다 간 FTA 협상이 4년 전에 시작돼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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