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에서 조달한 ‘현지금융’ 잔액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확대에 힘입어 현지금융 이용업체 수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8일 지난해 12월 말 현재 국내기업 및 해외현지법인의 현지금융 잔액이 194억2,000만달러로 전년 말에 비해 2억4,000만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지금융 잔액은 지난 97년 말 532억3,000만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한 후 6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현지금융이 증가세로 반전된 것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사업 구조조정이 대부분 마무리된데다 해외직접투자 확대에 따라 현지금융을 이용하는 업체 수가 늘고 국내외 경기회복 기미와 함께 자금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현지금융을 이용한 업체 수가 441개사로 전년보다 63개사가 늘어났다. 이는 현지금융이 가장 활발히 일어났던 97년 373개사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국내기업의 현지금융 잔액은 13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1억6,000만달러 감소한 반면 현지법인은 181억2,000만달러로 4억달러 증가했다.
삼성과 LGㆍ현대자동차ㆍSK 등 4대 계열기업의 현지법인을 포함한 현지금융 잔액은 101억9,000만달러로 2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들 4대 계열기업이 전체 현지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5%로 전년 말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기업들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1억4,000만달러 줄어든 반면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액은 3억8,000만달러 가량 늘었다. 기업들의 국내은행 해외지점과 외국금융기관의 차입잔액은 각각 58억8,000만달러, 135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희원 외환심사팀 차장은 “국내외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로 현지금융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현지금융 수요가 많은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기 때문에 현지금융 잔액의 증가폭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