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HOT 이슈메이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불황에도 진격… '정주영 DNA' 눈 뜨다

27일 김포이어 판교·송파·송도에 아울렛·복합몰 추진

압구정본점 증축·면세점 사업 진출 등 본격 광폭행보


#. 24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한강 아라뱃길 김포터미널 옆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공사 현장. 공식 개점을 불과 3일 남겨놓고 막바지 단장과 점검이 한창이다. 총 2,700억원을 투자한 김포점은 현대백화점그룹이 프리미엄아웃렛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야심 차게 내놓는 첫 작품이다.

#.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서 동남쪽 직선거리로 35㎞ 정도 떨어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몰 사업 현장. 2만3,000㎡에 달하는 대지 위에 지하 7층, 지상 13층짜리 반듯한 사각 건물이 우뚝 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이 7,000억원을 들인 첫 번째 복합쇼핑몰로 오는 8월 오픈을 앞두고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압구정을 중심으로 구로·금천·송파, 경기도 김포와 판교, 인천 송도 등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까지 '현대'라는 간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마치 폭주기관차를 연상하듯 정지선(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행보가 거침없이 진행 중이다. 소비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도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정 회장의 움직임을 놓고 업계에서는 소탈함과 조용함 속에 숨겨져 있던 할아버지의 '불도저 DNA'가 드디어 발현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972년생인 정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97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후 6년 만에 경영권을 물려받고 부회장에 올랐다. 다시 5년이 지나 2008년 회장으로 취임하며 그룹의 총수가 됐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이후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지나치게 신중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경쟁업체인 롯데와 신세계가 전국 각지에서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출점 경쟁을 벌이고 해외 진출까지 시도하는 동안 현대만 제자리걸음을 하며 유통 업계 3위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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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2년 패션기업 한섬 인수를 계기로 시동을 켠 정 회장은 예상 밖 반전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섬을 4,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가구업체인 리바트를 품었다. 백화점·홈쇼핑 등 그룹의 유통망을 통해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을 계열화함으로써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었다.

더 큰 광폭 행보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먼저 뛰어들어 불황 속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보던 아웃렛 시장에 가산 하이힐을 위탁 경영 방식으로 우회 입성했고 서울시가 무리하게 추진했다 실패한 가든파이브에 '현대' 간판을 달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가든파이브는 올 하반기 현대아울렛 2호점으로 탈바꿈한다. 더불어 최근에는 대성그룹이 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해 내놓은 매물인 신도림 복합몰 디큐브시티도 전광석화처럼 끌어안았다.

정 회장이 장고를 거듭하며 오랫동안 준비했던 신규 사업 프로젝트도 속속 현실화한다. 27일 문을 여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을 비롯해 하반기에는 판교 현대복합몰, 내년 초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이 영업을 시작한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판교 복합몰 등 핵심 점포가 더 늘고 아웃렛몰 성장도 시작된다"며 "지루했던 지난 3년을 뒤로 하고 이제 성장의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회장은 내년 현대백화점그룹의 상징인 압구정본점 증측에도 나선다. 압구정본점은 정 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정주영 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해 강변에 세운 첫 백화점이다. 또한 현대그룹의 압구정 개발 신화의 시작점으로 현대가에 흐르는 '뚝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바로 면세점 사업이다. 롯데·신세계가 이미 면세점을 운영하면서 유커 특수를 누리는 동안 관망만 했던 현대가 드디어 칼을 뽑아든 것. 첫 도전 과제로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을 선언한 정 회장은 롯데·신라·신세계·SK 등 기존 사업자는 물론 현대아이파크 등 신규 진입을 노리는 대형 업체들과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주변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과거 홈쇼핑 사업권 획득 당시처럼 의외의 반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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