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17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 노아의 후손은 하늘에 닿을 수 있는 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상에서 가장 높은 탑을 쌓아 이름을 떨치려는 인간의 오만은 야훼의 노여움을 산다. 야훼는 인간의 마음과 언어를 혼란에 빠뜨려 뿔뿔이 흩어지게 함으로써 탑 쌓기를 중단시킨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다. 그로부터 수천 년 후, 1929년 상업과 기업ㆍ자본주의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착공된다. 1931년 완공된 이 빌딩은 102층에 높이 381m로 1971년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생길 때까지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을 과시하며 세계 최고층 건물로 자리매김한다. 2년간 4,100만달러가 들어간 이 건물은 매우 짧은 시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실체가 없는 피상적 건물,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미국의 상황을 반영한다고 혹평했다. 이후 세계 각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초고층 빌딩 건축에 나선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대만의 ‘TFC 101’ 빌딩으로 높이가 508m 가량이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빌딩(452m)과 미국의 시어스타워(443m)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알카에다의 9ㆍ11테러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야훼의 저주를 받아 무너진 바벨탑을 연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알카이드는 북두칠성의 손잡이에 해당하는 맨 끝 일곱번째 별 이름이다. 동양에서는 파군성(破軍星)으로 불리며 불길한 기운을 가진 별로 본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위로만 오르려는 인간의 오만이 스스로 재앙을 빚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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