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K㈜ 주총이 갖는 의미

먼 훗날, 2004년 3월12일 오늘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더 나아가 한국 자본주의에 한 획을 그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다름아닌 재계 랭킹 3위인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주주총회 때문이다. SK㈜ 주총에서 외국인 금융자본과 기존 대주주가 경영권 을 놓고 벌이는 결전의 결과는 앞으로 한국 기업경영 형태와 지배구조, 시장경제 발전방향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는 시민단체의 본격 개입, 한껏 높아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와 국ㆍ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본격적 의결권 행사 등이 함축하는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소버린자산운용은 개발독재 시절 뿌리내린 국민들의 반기업정서에 편승,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소버린의 정체와 목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는 불과 1,700억원을 투자, 순식간에 자산규모 50조원인 SK그룹의 경영권을 넘볼 정도로 민첩하게 국내법의 맹점을 파고 들었으나 장기적으로 기업을 키워 갈 능력과 의지까지 갖췄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업을 키울 능력과 의지`. 이건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수침체와 투자부진으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으며 겨우 수출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도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 중국 등 몇몇 나라에 내다파는 휴대폰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 4~5개 품목에 목을 매는 구조인 까닭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는 심각하다 못해 두려울 정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뢰는 곳곳에 널려있다.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화성이 강하다. 그나마 신용불량자는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해법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현재 447조5,000억원이나 쌓인 가계부채는 아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태백``사오정`으로 대변되는 청ㆍ장년 실업은 이미 갖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얼마나 피폐한가는 정부가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 역설적인 반증이다. 새삼 우리 경제가 안고있는 고민중의 몇 가지를 꺼내놓은 까닭은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누가 성장을 견인하고, 또 일자리를 창출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두말 할 것도 없이 기업이다. 또 이런 관점에서 기술이전이나 수출을 촉진하는 건전한 외국인 투자는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산업기반을 뒤흔드는 핫 머니 세력은 결코 우리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시세차익을 챙기거나 고액배당으로 단물을 빨아먹은 후 떠나면 그 뿐이다. 외국인 금융자본이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 투자확대 등 순기능을 수행해 줄 것을 바라는 것은 난센스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투기세력에 의해 경영권 위기에 노출된 기업들이 과연 적극적인 신규투자를 모색할까. 당연히 경영권방어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켜 궁극적으로 성장잠재력 훼손을 야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저성장구조가 고착화한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은 지난 30여년간 국가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오면서 고용과 투자를 창출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점도 많이 드러났고, 재정비해야 할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리 경제는 여전히 이들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무쪼록 시민단체와 노조는 외부자본의 정체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한다. `주인의식 없는 무수한 주인`들에 의해 빚어지는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렵다. <이종환 부국장겸 산업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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