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정부 '벤처 활성화' 정책

'뉴딜·벤처' 경기부양 쌍두마차 의욕…'벤처 신화' 부활통해 일자리 창출 의도<br> 연말까지 혁신주도형 기업 지원책 마무리 "고용창출 효과없고 거품만 양산" 비판도

다시 벤처다. 벤처 활성화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을 벤처 부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정부 방침은 내수ㆍ투자 부진과 고용정체, 자금시장 동맥경화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대가 일고 있지만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않다. 과거 벤처에 물린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벤처 활성화 정책의 배경과 정책수단, 문제점 및 시장반응을 살펴본다. 지난 8일 4년 만에 벤처기업 대표들을 만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벤처시장을 ‘장맛비에 젖은 나무’로 비유하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을 벤처기업 재기의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12일 오찬에서는 “이제는 (지원책을 펼) 타이밍이 됐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 부총리가 갑작스럽게 벤처 육성책을 들고 나온 이유는 왜일까.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벤처 종합대책은 ‘한국판 뉴딜’과 함께 내년 경기부양의 쌍두마차가 될 것”이라며 “고용창출 측면에서 벤처는 ‘1등 신부감’”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수사적인 ‘디지털 뉴딜’에 끝나는 게 아니라 2000년 벤처 신화의 부활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동인(動因)을 찾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의욕은 지난해 3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데 이어 올해에도 신규 고용창출이 40만개를 조금 넘는 등 연평균 20만여명에 그쳤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졸자 등을 위해서는 40만개가 필요한데 ‘플러스 알파(α)’요인이 없을 경우 ‘고용 없는 성장’이란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미국의 경우 대기업들의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중소ㆍ벤처기업의 일자리는 늘어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잡은 벤처 대책 수립 마무리 시점은 연말. 유광열 재경부 산업경제과장은 “7월 중소기업 대책 중 혁신주도형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보다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발점은 시드머니(종자돈) 확충과 ‘죽은 기업의 갱생’이다. 보증ㆍ대출지원 확대와 투자방식의 자금지원이 병행된다.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제3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퇴출기준을 강화하되 거래를 활성화시킬 다양한 장치를 만들 방침이다. 3시장의 경우 거래종목을 2~3배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 아래 거래제한 조항들을 수정할 계획이다. 현재 3시장은 가격이 일치하는 매도ㆍ매수 주문에 한해 자동적으로 체결되도록 하는 ‘상대 매매제’를 채택 중이다. 가격제한폭도 상하 50% 이내로 규정하고 있어 일치되는 주문이 나오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정 시간 호가를 받아놓고 같은 시간에 주문을 접수한 것으로 간주하는 동시호가제, 특정 증권사가 매매에 책임을 지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벤처기업 15%, 일반기업 20%) 문제도 개정을 모색하고 있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 사모주식투자펀드(PEF)의 일부 지분을 유동화해 이곳에서 거래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3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의 위상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일일 주가 변동폭(거래소 15%, 코스닥 12%), 보호예수기간(거래소 6개월, 코스닥 2년) 등의 차별금지 조항들을 바꿀 예정이다. 거래소를 준용할 공산이 크다. 일정 기간 법인세 50%의 납부를 유예해주는 법인세 이연제도를 코스닥기업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머니게임에 휩쓸려 기술력을 갖고도 망가진 벤처기업들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패자부활시스템’을 도입,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 신불자’들을 선발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관심은 이제 정부의 이 같은 의지가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에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벤처 육성책이 고용창출 효과가 거의 없는데다 버블만 양산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의 경우 신규 고용창출보다는 노동인력을 이전시키는 효과밖에 없다”며 “더욱이 정부지원에 의해 연명하는 벤처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