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당론 변경(오전 11시30분)’, ‘연내처리 강행(오후 2시)’.
24일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당론 변경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하루종일 뒤숭숭했다. 기자들조차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지도부는 오전만 해도 국보법 폐지 당론 변경을 추진했지만 강경파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3시간여 만에 기존 방침을 번복하는 등 극심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민병두 우리당 기획조정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상임중앙위ㆍ기획자문위 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국보법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논의할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당론을 바꿔 추인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보법 당론을 원안대로 밀고 가되,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과 원안을 변경해 새로이 변화된 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수의 대안을 마련해 의원총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당 지도부는 국보법의 폐지 당론을 고수하되,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과 국보법 폐지 후 대체입법을 추진하는 방안, 그리고 유시민 의원의 주장대로 폐지안과 개정안 및 형법보완안을 자유투표에 회부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이 연내 처리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발언한 것이 한층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오후 연석회의를 거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김현미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국보법 폐지의 연내 합의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당론은 불변”이라면서 “(연석회의에서) 당론 변경을 추진할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못박았다. 당내 강경파의 파워를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이 바람에 체면을 잔뜩 구긴 민 의원은 다시 기자들을 만나 “점진적인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머릿속 구상이었을 뿐”이라며 발을 뺐다. 그는 “(연석회의에서 워낙 반발이 거세 당론 변경을) 공식적으로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중지란에 빠진 집권여당의 참담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