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형 "노" 구조조정형 "예스"'창업가형이나 불도저형 CEO는 노, 구조조정형 CEO는 예스'
경영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기업의 생존 능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쓰디 쓴 경험 덕택이다.
삼성ㆍLGㆍSK 등 국내 대기업들의 최근 인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기업이 CEO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까지 사장단 평가에서 아예 EVA(미래 수익가치) 70%, 연말 주가 수준 30%를 반영했다. 올해는 인재확보와 유지를 중요한 평가포인트로 공언해 놓고 있다. 한마디로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미래에 대비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유기ELㆍ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ㆍ2차 전지 등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김순택 SDI 사장을 비롯 배종열 삼성물산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고홍식 삼성종합화학 사장 등이 이 같은 추세에 부응하는 그룹내 대표적인 구조조정형 CEO다.
SK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 능력을 일종의 사장단 성적표인 KPI(핵심실행지수)에 100% 반영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운영 효율화와 통합, 핵심역량 확보 등을 담은 중장기 발전 전략 '태스크 2000'의 진행 성과에 따라 사장단 및 임원의 유임 여부를 판단키로 한 것이다.
LG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경영 일선에 구조조정 전문가를 전진 배치시키고 있다. 적자 투성이었던 데이콤을 올해 흑자로 전환시킨 박운서 부회장을 비롯해 김정만 LG산전 사장, 권문구 LG전선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구조조정 전도사'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CEO에게서 요구되는 핵심 리더십은 ▲ 기존 한계 사업을 대체할 신규사업 개척 ▲ 업종전환 ▲ M&A 능력 등"이라며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어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끝난다 해도 CEO 중심의 구조조정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