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외국인 '한국경제 낙관론' 바뀌나

증시 연일 매도공세… 환율 두달만에 1,100원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이후 외국인이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환차익을 포함해 1,650억달러, 우리 돈으로 181조원(달러당 1,100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의 더할 나위 없는 '포식장소'였다는 뜻이다.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양적완화가 있었지만 근저에는 한국만큼 펀더멘털이 튼튼한 곳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낙관적 시각이 바뀐 것일까. 외국인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골드만삭스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사실상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과 맞물려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간단치 않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런 흐름이 다시 한번 이어졌다. 외국인은 이날도 737억원을 팔았다. 벌써 열흘째 순매도로 2009년 2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순매도 금액은 이달 들어서만도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매도로 25.89포인트 하락한 2.035.87포인트까지 주저앉았고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100원을 뚫고 올라가 전일보다 8원40전 오른 1,101원80전을 기록했다. 환율이 1,100원대로 올라선 것은 두 달 만이다. 외국인의 매도흐름은 급증하는 공매도에서 확인된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2,086억원으로 올 초부터 4월 말까지의 거래금액(1,419억원)보다 무려 47%나 증가했다. 통상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이르는 만큼 증시하락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미국과 중국 성장률 하향 조정, 유럽의 신용등급 추락 등과 맞물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의 힘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조정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때마침 골드만삭스는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4.6%에서 4.3%로 낮췄다. 대신 물가는 3.9%에서 4.2%로 높였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하락 전망과 함께 유가(3개월 브렌트유 115달러) 전망을 올린 것이 이유였다. 다른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4월 이후 성장률 전망 등을 조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가 등에 따라 전망치를 6월 초 조정할 계획이다. 물론 외국계의 이런 흐름과 관련, 한국경제에 대해 완전히 비관론으로 돌아섰다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르다는 판단이 여전히 강하다. 외국인 주식매도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따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주식은 팔고 있지만 채권은 이달 들어서만도 3조977억원을 사들였다. 한은 관계자 역시 "한국의 재정이 튼튼하고 펀더멘털도 괜찮은 만큼 (외국인 이탈이) 추세전환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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