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헌재금융감독원장] '대형펀드 규제하겠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5대재벌의 구조조정지원방안과 최근 재벌계열의 대형펀드에 대한 관리방안, 증시상황에 대한 정부입장 등 금감위의 정책현안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李위원장은 재벌구조조정과 관련, 빅딜업종에 대한 선(先)출자전환, 동일계열여신한도 예외인정 등 다양한 지원책을 풀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벌계열이 대형펀드(주식형)를 이용해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재벌규제와 관련된 새로운 화두도 함께 던졌다. 李위원장이 밝힌 정책방향을 부문별로 요약한다. ◇대형펀드 규제책 마련= 대형펀드가 시중의 유동자금을 흡수하면서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기그룹의 자금지원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철저히 막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특별대책팀을 구성, 규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李위원장은 이날 구체적인 규제방안으로 펀드와 그룹(자기계열)간의 차단벽 설치 및 강화 펀드의 건전성 감독강화 철저한 모니터링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펀드의 자산운용이 계열사등 특정 주식에 집중되지 않도록 계열 유가증권(주식·회사채·기업어음등) 투자한도, 동일종목 투자한도등이 현행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기계열 주식에 대한 투자한도는 총 신탁자산의 10%, 주식외 유가증권(회사채·기업어음등)에 대한 투자한도는 해당펀드에 대한 계열전체의 출자비율로 한도가 설정돼 있다. 대책팀 관계자는 『기업집중, 계열집중을 막고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방향으로 펀드자산이 운용되는 지를 점검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대재벌 구조조정지원 방안= 통상마찰을 빚지않고 특혜시비를 불식시키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빅딜기업에 대한 외자유치전 선출자전환과 관련,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가 은행에 출자를 하니까 외자유치가 잘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외자유치를 포함한 철저한 자구노력이 있기 전에는 출자전환을 기대하지 말라던 기존 입장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빅딜기업에 대한 동일계열(인) 여신한도도 유예해 준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경쟁력이 강화될 경우 금리도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빅딜기업에 부채를 떠넘기고 기존대주주는 나몰라라 뒤로 빠지는 식은 안되고 실사를 거쳐 철저하게 손실을 분담하고 자구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이같은 지원은 어디까지나 개별적으로 검토하지 일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외자유치 협상 은행경영진이 알아서 한다= 李위원장은 국민은행이 외자를 유치하면서(골드만 삭스) 지분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이라도 이사회구성외에는 어떤 경영에도 간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하며 정부가 지분매각협상에 아무런 간여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실무적 불평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격문제는 시장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없지만 CB(전환사채)금리를 6%로 높게 책정한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의 5대재벌 CP(기업어음) 회사채 매입제한은 당분간 유지한다= 은행, 투신 등이 5대재벌의 회사채를 일정규모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CP, 회사채편입제한은 당분간 유지한다. 이 제도의 도입목적은 지난해 5대재벌에 자금이 몰려 중소·중견기업의 자금경색이 심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마련됐다. 또 남의 돈을 운용하는 투자신탁 등이 위험분산을 위한 내부장치가 미흡해 고객자산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현재 금융경색은 풀렸다고 보지만 제한을 풀 경우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투자신탁 등의 내부통제 리스크관리기능이 아직 철저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제일은행 매각협상은 잘안되고 있다= MOU에 따라 협상하고 있다. (입장차를) 좁히려 애쓰는데 잘안되는 상황이다. 협상시한이 2일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겠다. ◇채권 시가평가 회피경향에 대한 대책=李위원장은 금융권에서 채권 시가평가를 우회해 회피해 나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는 내년 7월의 전면적인 채권시가평가가 어려운 만큼 차단할 것은 차단하고 바로 잡을 것은 잡겠다』고 경고했다. 현재 투신이나 은행권에서 채권 시가평가 적용대상인 신규펀드 설정을 회피하면서 시가평가가 배제되는 기존 추가형펀드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금명간 기존 펀드의 판매를 점진적으로 제한하면서 신규 수탁자금을 신규펀드로 유도하는 방안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낮은 금리수준을 고려할 때 신규펀드의 수익률이 기존 펀드보다 낮을 가능성이 커 투신이나 은행 신탁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시장·코스닥시장 활성화= 채권·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마추어들이 노는 시장 뿐만 아니라 프로들이 노는 시장도 만들어야 한다고 비유했다. 즉 코스닥시장을 등록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고위험 고수익」시장으로 만들어 선진국의 장외시장처럼 벤처펀드 등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채권시장에도 프로의 시장으로 「고위험 고수익시장」인 투기등급채권 거래시장(JUNK BOND MARKET)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가지수선물 부산이전은 시간을 두고= 선물거래소 시장이 운영 초기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터 운용상황, 생소한 상품들이 과연 우리시장에 잘 정착되는 지를 좀더 지켜본 뒤 차분히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증시활황에 대한 평가= 李위원장은 『증시상황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의장의 말을 빌어 『시장이 좋을 때는 나쁠 때가 있음을, 나쁠 때는 좋을 때가 있다는 얘기밖에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현재 증시상황이 「나쁠 때」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으로 해석하는 뉘앙스로 받아 들이고 있다. /최창환 기자 CWCHOI 안의식 기자 ESAHN@SED.CO.KR

관련기사



최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