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주력산업 '성장-퇴보' 갈림길

성장동력 반도체·LCD등 위기직면 "과감한 규제완화를"

반도체ㆍLCDㆍ철강ㆍ유화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들이 예외 없이 ‘성장이냐, 퇴보냐’의 기로에 내몰렸다. 이들 산업은 ▦원화 가치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 ▦중국ㆍ일본 등 경쟁국들의 강력한 도전 ▦이로 인한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미 채산성은 지난해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급속히 하락했다. 이들 산업에서 자칫 한 부문이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잃는다면 ‘1인당 GDP 2만달러’는 고사하고 중진국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시대’를 맞을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지만 정부의 정책지원은 기대하기 힘들다. 경쟁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차세대 설비의 증설이 다급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수도권 공장규제 등에 발이 묶여 반도체ㆍLCD 등 첨단시설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LG전자ㆍLG화학ㆍLG이노텍ㆍLG마이크론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LG그룹의 ‘파주LCD프로젝트’는 정부의 공장 신ㆍ증설 허용을 받아내지 못해 3조6,000억여원에 달하는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LG전자 등이 파주에 LCD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LG필립스LCD의 7세대 공장에 대한 부품공급 거리를 좁혀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 계획이 무산되면 7세대용 부품의 상당수를 기존의 구미공장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어 ‘물류비용 상승→LCD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전망이다. 기업의 사정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는 경제관료들에게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책임은 없고 권리만 있는 위원회가 경제정책의 혼선을 부르고 있다”며 “청와대 386의 위세에 눌린 경제관료들이 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소신 있는 정책을 펴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시스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은 또 최근의 환율불안과 역차별적 투자규제 등에 대해서 고통을 호소하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1,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기업들은 3ㆍ4분기 예상되는 경영 애로요인으로 ▦원자재(32.8%) ▦환율변동(21.1%)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환율변동이라고 답한 경우는 지난해 4ㆍ4분기에 7.5%에 불과했으나 올해 1ㆍ4분기 14.1%, 2ㆍ4분기 16.4%, 3ㆍ4분기 21.1%로 계속 늘어나 최근 많은 기업들이 환율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2005년 하반기 경제전망 세미나’에서도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거시정책보다는 과감한 규제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하반기 정부의 경제정책은 거시정책을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규제완화를 통한 건전한 투자기회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역차별적 규제를 전면 철폐하고 기업환경을 대폭 개선,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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