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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분양을 앞둔 대구 달성군 옥포면 옥포택지지구의 '옥포 대성베르힐'은 1,067가구 전체가 전용면적 84㎡로 구성됐다. 세종시 '세종반도유보라' 역시 84㎡ 단일면적으로 580가구를 공급한다. 최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중소형 면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공급 물량의 상당수가 84㎡ 주변에 몰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0 인구주택총조사 10% 표본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아파트 중 30%가 85㎡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인 국민주택 규모(85㎡)를 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넓은 면적을 지으려다 보니 84㎡ 공급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1.9%를 차지한 소형 주택 기준인 60㎡까지 합하면 전체 31개 면적 구간 중 절반 이상이 85㎡와 60㎡ 두 면적에만 쏠리는 것이다.
◇주택 수요는 계속 변하는데 국민주택 규모는 늘 85㎡?=국민주택 규모는 지난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되면서 1인당 적정 주거공간을 5평(16.5㎡)으로 보고 당시 평균 가구원 수인 5명을 곱해 탄생한 면적이다. 다만 적정 주거공간을 5평으로 산출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규모에 맞춰 85㎡를 정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문제는 이 면적이 현재 가구의 특성과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5인 가구가 보편적이었던 1970년대와 달리 2010년 전체의 24%(415만 가구)였던 1인 가구는 오는 2035년에는 34%(762만 가구)까지 늘 것으로 예측된다. 1인당 주거면적 역시 31.7㎡(2013년 기준)로 늘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조세와 택지·청약 등 모든 시스템이 국민주택 기준에 맞춰 운영되는 상황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민주택보다) 더 작은 아파트나 혹은 더 큰 규모를 공급할 수 있는데도 규제나 인센티브가 걸려 있으니 일부러 국민주택에 맞춰 지어 결국 전체 주택이 특정 면적에 쏠리는 왜곡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주택 기준으로 전월세 소득공제와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 무주택근로자주택보조금비과세 등 다양한 세금 특례가 적용되고 있어 주택 공급이 85㎡ 중심으로 획일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주택 공급 막는 국민주택 기준 다시 짜야=전문가들은 다양한 주택면적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국민주택 기준부터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조만 KDI 실물자산연구팀장은 "현재 국민주택 기준으로 몰린 아파트 면적은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주택 수요가 다양해지는 것에 대비해 기준을 재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팀장과 이 교수는 KDI '고령화·소가족화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1·2인 가구 증가의 대부분이 노년층에서 발생하므로 중대형 면적의 공급을 늘리고 '소형 면적 쏠림'의 주범인 국민주택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2년 동안 90㎡로 늘리고 3년 후 95㎡로 점차 기준을 상향하는 방식을 통해 (국민주택 규모를) 점진적인 방법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 약자를 위한 공공주택은 기준 면적을 줄여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민영주택은 기준 면적을 늘리거나 없애 수요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예치금별 청약 장벽 없애 소비자 선택권 확대 필요=국민주택 기준이 주택 공급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면 청약 단계에서 수요자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단 청약통장별로 세분화돼 있는 면적 기준을 없애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청약통장별 기준을 살펴보면 △청약저축은 국민주택 △청약부금은 85㎡ 이하 민영주택 △청약예금은 각 85㎡ 이하(예치금 300만원), 102㎡ 이하(600만원), 102~135㎡(1,000만원), 135㎡ 초과(1,500만원) 민영주택 △주택청약종합저축은 모든 주택 청약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애초부터 청약통장 종류를 나누지 않고 본인이 청약하려는 주택 유형에 따라 예치금을 각기 달리 넣지 않아도 된다면 좀 더 유연하게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건설 업계는 민영주택의 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을 완화해 더 많은 수요자에게 청약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청약 1순위는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청약저축 납입 횟수도 종전 24회에서 12회로 완화시켜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