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동(서울PR 대표)모든 사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하지만 이윤에 지나치게 집착해 편법을 쓰려고 하다 보면 자칫 위기에 몰리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경기도 파주의 금촌 지역 아파트 3,000 세대 독점 상가 분양권을 쥔 L사의 광고를 맡았다.
부동산 특집으로 4쪽 분량의 기사식 광고를 제작해 경제신문에 싣겠다는 견적서를 올렸는데, L사 사장이 매체 대행(광고를 게재할 신문사나 방송국 등 섭외) 부분에서 제동을 걸었다.
우리 회사에 지불할 매체 대행 수수료를 아껴 보려는 심산으로, 자신이 직접 대행사를 알아 보겠다는 것이다. 그 뜻이 너무 완강해서 우리가 한 풀 꺾고 광고만 제작해 주기로 했다.
광고가 실리기 이틀 전, L사 사장이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왔다. 광고를 싣기로 했던 신문사에서 갑자기 취소 결정을 통보해 왔단다.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신문사 섭외를 마쳐야 한다고 충고했건만, 여태껏 지면도 제대로 확보하지도 못했다니.
알고 보니 L사 사장은 자신이 직접 계약한 매체 대행사와 이면 거래를 하고 있었다. 매체대행사가 L사 광고비의 절반을 부담하는 대신, 분양 광고 이후 계약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조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 조건에 혹해서 신문 지면 섭외를 맡겼지만, 그 매체대행사라고 손해나는 일을 벌였겠는가? 광고비를 실제 액수보다 500만~1000만원씩 부풀려 L사에 청구하는가 하면, 자신이 부담해야 할 광고비는 3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재했다.
자금능력이 모자라는 탓이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들어오는 광고도 넘치는 마당에 어음으로 약속한 광고 정도야 쉽게 취소시킬 수 밖에.
이런 사실도 모르고 광고 게재 시간만 기다리다 날벼락을 맞은 L사는 바짝 애가 탔다. 이틀 안에 신문에 분양 광고를 내지 못하면, 장마철을 지나 2달쯤이나 기다려야 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L사의 통사정으로 우리 회사에서 다시 신문사 섭외에 들어갔다. 사력을 다해 일간지 지면을 잡아주긴 했지만, L사는 출혈이 심했다. 매체대행사에서 어음으로 결재하느라 신문사에 비싸게 올려놓은 광고비를 고스란히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액수는 우리가 처음 견적서에 올렸던 금액보다 몇 천만원이나 비싼 것이었다. 돈은 돈대로 내면서 광고주로서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매체 대행 수수료 아끼려다가 3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망칠뻔한 L사. 자고로 기업 경영은 정석으로 가는 것이 곧 이윤 창출로 통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