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야당, 반대를 위한 반대?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은 정경유착’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은 보장돼야 한다’. 상반된 주장처럼 들리지만 실은 한 정당에서 나온 목소리다. 주인공은 한나라당. 지난 2000년 7월 당시 경제특위 위원장이던 이상득 의원은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이 사실상 정경유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2002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DJ정부가 현대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대가로 ‘대북사업 독점’이라는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은 김무성 사무총장, 전여옥 대변인 등 지도부가 앞장서서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계동 의원은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해임론까지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정경유착 기업’이라고 낙인찍었던 현대를 보호대상으로 뒤집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한 속내는 알 길이 없지만 과거와 현재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래도 반대, 저래도 반대’였다는 점이다. 물론 정당의 입장과 당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정당이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국내 정치와 절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를 위해 논리의 일관성마저 포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만약 정권 비판을 위해 북한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면 “기업의 대북사업 안정성을 해친다”는 한나라당 자신의 최근 비판을 스스로 되돌려 받을 수밖에 없다. 남북 교류와 협력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대북사업에 관한 한나라당의 일관성 없는 비판 대신 한나라당의 대북사업 구상 자체가 궁금해진다. 한나라당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는 여야 정치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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