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에디터즈 레터] C상무의 교훈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10년 전에 여의도 사무실과 가까운 마포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박 회장은 그 아파트에서 미래에셋그룹의 기틀을 잡았죠. 한마디로 ‘미래에셋의 신화’가 탄생한 곳입니다. 박 회장은 회사가 궤도에 오르자 방배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팔고간 집은 더 이상 평범한 아파트가 아니었습니다. 동네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박현주씨가 살던 집’으로 통했습니다. 박 회장의 뒤를 이어 그 집에 살게된 사람은 현재 H그룹에 근무하는 C상무였습니다. C상무는 ‘박현주씨가 떼돈을 번 집’이라는 중개업자의 한마디에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집터가 좋거나 박 회장의 기(氣)를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 기분좋게 결정 한 것입니다. 같은 값이라면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살던 집을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는 박 회장이 살던 그대로 가구를 배치하기 위해서 이사를 하기 전에 집안을 세밀하게 살폈습니다. 특히 침대 자리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박 회장이 사용하던 그 방향대로 침대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박현주씨가 살던 집’에서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맞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했지요. 꽤 큰 돈을 H전자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박현주씨가 살던 집’에서 사는 것이 큰 용기를 줬을 겁니다. 하지만 주가는 조금 오르다가 끝없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전세입주 기간이 끝난 2년 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투자원금은 20분의 1토막이 난 뒤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박현주씨가 아파트의 기를 모두 뽑아간 모양”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박 회장이 살던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 만으로 너무 무모한 투자를 한 것은 아닐까요. 주식투자자들은 박 회장의 성공담 보다 C상무의 실패담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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