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하이마트 경영권 갈등 봉합됐지만…

갈등은 봉합됐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 하이마트 경영권을 놓고 극한 대립양상을 보였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각자 대표 체제에 전격 합의하고 휴전에 들어갔다. 양측 모두 날선 대립을 이어가다가는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분쟁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어서 이번 합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 회장의 각자대표 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주총에는 유 회장을 비롯해 70여명의 주주들이 참여했고 선 회장은 위임장을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단독대표를 요구하던 선 회장이 각자대표체제를 받아들인 것은 주총 표대결에서 질 경우 자리를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설령 이번 주총에서 선 회장이 이기더라도 유진그룹이 12월로 예정된 콜옵션을 행사해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하면 선 회장이 완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법적 공방으로 가더라도 주주자본주의의 논리상 불리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유 회장 역시 주총 표대결에서 이겨 주도권을 확보하더라도 임직원들의 집단사직 등으로 인한 영업중단 사태 등이 올 수 있다는 점이 타협카드를 쓰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 회장의 퇴출로 영업중단 사태가 가시화되면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유 회장은 이날 임시주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각자대표 합의 배경에 대해 “모든 것이 잘되기 위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남겼다. 일단 사태는 봉합됐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각자대표체제를 어떻게 운영할 지가 풀어야 할 과제다. 공동대표체제는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공동대표가 합의를 해야만 되고, 각자대표 체제는 업무를 분담해 각 대표가 그 파트를 책임지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유 회장이 재무, 선 회장이 영업 및 마케팅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업무 배분 등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갈등이 재연될 여지가 크다. 유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두 대표의 역할 구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유진의 콜옵션 행사 여부도 변수다. 유진은 이날 합의와 무관하게 이번 분쟁의 도화선이 됐던 콜옵션 행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진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선 회장 편에 섰던 기관 투자자들도 유진 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바꿔 말하면 각자대표인 선 회장이 코너에 몰릴 경우 또 다시 극단적인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일단 표면적인 갈등은 봉합됐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마트는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의 분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며 “앞으로 그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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