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부도난 내집마련 꿈 입주자 힘모아 `재건'

『부도난 건설사를 언제까지 바라보고만 있을 수없다. 우리 집을 우리 힘으로 지어보자.』건설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및 오피스텔 입주 예정자들이 힘을 모아 공사를 재개하는 현장이 늘고있다. 이들의 성공사례는 건설사 부도로 중단한 전국 250여개 아파트공사 현장 입주예정자들에게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힘을 합치면 어떤 난관도 극복해낼 수있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켜주는 것으로 IMF 한파에 찌든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부산 연지동 청구1차아파트 공사현장. 지난 97년 12월 청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던 이 아파트는 입주예정자들이 발벗고 나서 부도당시 35%였던 공정률을 1월중순 현재 44%까지 끌어올렸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에게 공사중단은 사형선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주택공제조합에 분양보증이 돼있지 않았던 탓에 자칫 계약금과 5차례 중도금 등 가구당 5,000만~1억7,000만원을 날릴 처지였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우리 손으로 지어보자는 데 뜻을 모으고 공사중단 4개월만에 9명으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를 만들었다. 그러자 지난해 8월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받은 청구도 이들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여 「사업완료 때까지 분양금 수납과 지급, 시공 등 일체의 권리를 입주자대표회의에 위임한다」는 약정서를 써줬다. 이에따라 입주예정자들은 명실상부한 시행자로서 63억원의 중도금을 거둬 지난해 9월부터 공사를 재개, 올해말 입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97년 3월 부도를 낸 경성건설이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에 짓다만 경성큰마을아파트도 마찬가지. 이곳은 1,100여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인데도 주택공제조합의 분양보증을 받지않아 입주예정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릴 처지에 몰렸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 3월 입주자대표회의를 결성, 시행자인 한국부동산신탁과 협의를 벌여 현대산업개발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하고 8월부터 공사를 재개, 오는 6월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있게 됐다. 나산종합건설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에 건립중인 나산스위트1·3·5차 주상복합빌딩도 입주자들이 자력으로 공사를 재개한 곳. 아파트 60가구, 오피스텔 80실등으로 구성된 나산스위트 1차 입주예정자들은 나산측과 합의, 중도금을 직접 관리하는 조건으로 공사를 다시 시작, 부도당시 13%였던 공정률을 55%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의 노력은 3차 입주예정자들에게도 힘을 주었다. 3차 입주예정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공사재개에 나서 공정률을 60%에서 68%로 높였으며 오는 8월 입주를 바라보고 있다. 아파트 287가구와 판매시설로 구성된 이 빌딩 역시 완공후 100억원 정도의 이익 발생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돼 채권은행 근저당을 풀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입주자대표회의 이종연 회장은 『처음엔 정말 암담했다』며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청구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짓다 부도로 중단한 「서현오딧세이」오피스텔의 경우도 입주예정자들이 발벗고 나서 공사를 재개한 현장. 입주예정자 600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시공사·채권은행·법원등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설득, 공사중단 10개월만에 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이운종 비대위원장은 『공사를 재개하니까 그동안 관망해오던 입주예정자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게중엔 밀린 중도금은 물론 오는 2월 내도록 돼 있는 3차 중도금까지 미리 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전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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