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편향된 역사인식 균형잡기"

79년 첫 발간 '해방전후사 인식과 상반된 논지 전개<br>"분단·한국전쟁은 스탈린 세계전략 탓" 주장<br>"이승만대통령은 마키아벨리스트" 평가도<br>일본군 위안부 문제 다룬 논문 논란 예상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한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역사는 다르다. 쓰는 이의 관점에 따라 과거는 역사책에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전혀 다른 무늬로 바뀐다. 과거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면 역사는 기록자의 시각이다. 과거야 항상 그대로지만 역사는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왜곡된 역사가 나올 수도 있다. 발간되기도 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은 역사와 과거의 관계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은 지난 79년 시리즈 첫 권이 나온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겨냥했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는 ‘뉴 라이트(New Rightㆍ신보수)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탈민족주의 성향의 논문을 발표해 온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김철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편집위원을 맡았다. “해방 전후사의 인식을 읽고 ‘피가 거꾸로 흘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을 지면을 통해 접하고 우리 사회의 역사 인식을 이대로 두고 본다는 것은 역사학자의 ‘직무 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지향 교수의 머리말 한 구절에서 짐작할 있듯 이 책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으로 대표되는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 필연론의 폐해에 대한 우려”를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실린 논문들은 해방 후 농지개혁과 한국전쟁, 이승만에 대한 평가, 일본군성피해 여성문제, 식민시기 경제 성격 규정 등 여러 주제에서 해방전후사의 인식과는 상반된 논지를 펼치고 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의 책임을 이승만과 미군정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비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은 스탈린의 세계전략과 김일성의 무력 통일 의지에 비중을 둔다. 이정식 펜실베니아 대학 명예교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2권에서 “1945년 9월 20일 스탈린은 소련이 점령한 북한 지역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권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며 분단과 한국전쟁은 미소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스탈린의 세계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도 대조적이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이승만 대통령을 민족 분단에 앞장섰던 친미주의자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반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은 그를 약소국 대한민국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방위조약 등을 최대한 활용한 마키아벨리스트로 치켜세우고 있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서 우정은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승만이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달러를 얻어내 그것으로 수입대체공업화 즉 경제자립화를 이루려 했다고 평가한다. 일본군성피해여성을 다룬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몇몇 논문은 적지않은 논란까지도 예상된다. ‘상하이의 일본군 위안소와 조선인’이라는 논문에서 후지나가 다케시 오사카산업대 교수는 “위안부가 전쟁의 피해자인 동시에 일본 식민지 지배의 희생자였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1930년대 상하이에 조선인 댄서와 카페 여급, 사창들이 출현했고 후에 이들 중 상당수가 일본군 위안부로 변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소정희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는 일본군성피해 여성을 고통과 희생으로 내 몬 근원적인 요인을 식민지 시대 가정내 가부장적 권력 억압으로 보고 있다. 일본군성피해 여성들의 비극을 정치ㆍ경제학적 틀과 페미니스트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 전후사 인식에 대한 각양 각색의 관점을 통해 민족주의적 시각에 벗어난 새로운 연구성과를 인정하자는 것이 저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박지향 교수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역사 인식을 조금이라도 균형 있게 돌려 놓는 일이 너무도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지 않는 누구도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완벽하게 재현하고 해석하는 불가능하다. 역사에 대한 인식과 판단의 몫을 역사가에게만 맡겨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몫은 독자에게도 남겨져 있다. 또한 그것은 후대인의 책임이기도 하다.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1ㆍ2, 박지향ㆍ김철ㆍ김일영ㆍ이영훈 엮음, 책세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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