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그룹:9/중국 천진의 광전자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불량률0” 중에 한국카메라 새아성/렌즈 등 부품현지화 경비 100만불 절약/일리코사와 판매 경쟁속 이익내기 부푼 꿈/홍수때 구호앞장… 지역민에 “한가족” 칭찬도『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을 단순히 저임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기술습득이라는 또다른 기회가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지요. 기계등 기초과학에 관한 한 중국이 우리 보다 한 수 위인 경우는 숱하게 발견할수 있습니다』 중국 천진삼성광전자유한공사의 이현오 총경리는 한중합작의 의미를 이렇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 삼성항공이 천진시조상기공사천과 합작, 지난 94년 7월부터 현지 생산에 들어간 이 회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대목은 부품조달의 현지화이다. 값싼 인건비는 물론이고 부품 조달비 자체를 줄여야만 가격경쟁력을 갖출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항공이 5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현지법인 삼성광전자유한공사는 지난해부터 경상이익을 내고 있다. 3천4백8십6만5천 달러의 매출에 대략 2백만 달러 정도의 경상이익이 나오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삼성항공의 현지 합작법인이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자리잡게 된데는 「부품의 현지화」와 「불량품 제로운동」의 성공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할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은 핵무기를 만들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정도로 뛰어난 과학 선진국이다. 정밀부품이 요구되는 카메라의 경우, 중국 현지를 구석 구석 뒤지다 보면 정말 뛰어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유명대학에는 예외없이 고도기술이 숨겨져 있습니다. 단지 상업화가 안되고 있을 뿐이지요. 어떤 경우에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의 수준을 능가하는 기술도 많습니다』이 총경리의 말이다. 삼성광전자가 현지에 학보하고 있는 부품조달업체는 46개사. 특히 절강성 녕파화달공사의 경우 고도기술이 요구되는 렌즈를 조달하고 있는데, 삼성이 그동안 일본에서 구입해 썼던 것보다 값이 저렴할뿐만 아니라 질도 만만치가 않아 앉아서 1백만 달러를 절약할수 있었다고 한다. 부품조달의 현지화 실적을 수치로 환산하면 중·보급기 카메라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90% 수준. 줌(zoom)기종의 경우는 40%에 이르고 있다. 회사측은 이를 97년에는 각각 98%, 70% 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초렴가로 중국의 대중시장을 파고 들 보급 카메라를 녕파화달공사와 공동으로 개발, 올해부터는 양산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국내에서 개발할 때 보다 비용이 70%는 더 절약할수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5백만대로 추정되는 중국 국내 카메라 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도 안성맞춤인 전략인 셈이다. 천진 삼성광전자는 이렇듯 부품조달의 현지화에 성공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중국시장에서 힘을 쓸수가 없다. 중국 카메라 시장은 20년이 넘게 일본 리코사에 의해 지배받아왔기 때문이다. 리코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품질에 하자가 있어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그래서 내놓은 캐치프레이즈가 조금은 과장스레 보이기도 한다. 『불량은 받지도, 만들지도, 보내지도 않는다』 특히 부품업체들에 대한 품질검사를 업격히 한다. 불량품이 없으면 무조건 현금결재다. 중국 사람들에게 현금결재는 정말 희귀한 케이스에 속한다. 장부상으로만 결재가 이뤄지다가 흑자도산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돈을 제때 준다고 하니 불량품이 하나 둘씩 사라졌갔다. 조금은 빗나간 이야가 될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의 현지화, 다시말해 세계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주불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야 한다. 「콴시」(관계)가 없으면 장사를 할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고수영 차장은 신강 위그르 자치구까지 찾아가 카메라를 팔고 있는데, 날이면 날마다 술독에 빠져 산다. 술을 마시다가 몇번은 혼절을 해야지 「친구」가 되어 거래를 틀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술문화는 중국의 오래된 전통이지만 관료주의 탓이기도 한데,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성공해도 술에서 실패하면 만사가 어려워지는게 바로 중국에서의 세계화의 길이기도 함을 부인할수는 없다. 회사측에서는 이런 일도 했다. 천진에 한번은 큰 물난리가 난적이 있었다. 회사측에서는 총경리 이하 전직원이 나서 돈을 추렴하고 낡은 옷가지를 정리했다. 옷들을 정성들여 빨고 다려 깨끗하게 한 다음 박스에 고이 담아 의연금과 함께 시당국에 보내니 중국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옷과 돈이 고맙지만 빨래까지 해서 보내준 정성이 희한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돈을 벌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화에 성공해야지요. 현지화를 간단히 말하자면 현지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손가락질을 받거나 아니면 너무 동떨어져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서야 현지화를 이룩했다고 볼수는 없겠지요』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언어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지 중국인 직원들에게 아무리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해도 중국인들은 어려워서 못배우겠다고 하소연한다. 때문에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이 나이를 잊은채 서둘러 중국어를 배우고 익혀내고 있다. 어쨌든 천진 삼성광전자가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댈수가 있겠지만 기술개발과 부품조달의 현지화에 뚜렷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 회사의 미래를 밝고 해주는 대목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천진(중국)=이용웅> ◎인터뷰/이현오 광전자공장 총경리/“「단물」만 빼가는 일보다 우리에게 호의적… 기술이전 계속 협조할 계획” 『기업의 현지화는 간단히 말해 「give and take」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바라는 것은 상업화 기술입니다. 다시말해 팔릴 물건을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는 얘기지요. 반면에 우리는 중국의 방대한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의 「give and take」가 맞아 떨어져야 중국에서의 현지화는 달성되는 것입니다』 지난 94년부터 천진삼성광전자의 총경리(사장)을 맡고 있는 이현오씨의 진단은 이렇듯이 간단 명료하다. 중국인들이 특히 요구하는 것이 기술이전인데, 일본의 경우는 단물만 빼가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배일감정은 상당히 골이 깊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과거 그들이 종주국 행세를 했다는 자부심도 있어서이겠지만 상당히 호의적입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생활태도이지요. 일본사람들은 중국 현지에 부임할 때 단신으로 날아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전 가족이 함께 중국에 옵니다. 일본 사람들은 돈만 벌려고 중국에 오는 것이고, 한국 사람들은 살려고 온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이 총경리도 온 가족을 다 대려왔다. 다른 직원들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물이 부족합니다. 흔히 한국 사람들이 중국인들이 목욕을 안한다고 흉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을 말하자면 그들이 때를 벗기고 싶어도 할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래서 말인데, 현지 직원들이 청결에 대해서는 아주 개념이 희박합니다.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청결이 생명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회사측에서는 「화장실을 맨발로」라는 구호를 만들어냈다고 이총경리는 설명한다. 처음에는 곧 빠질 것같은 부석부석한 머리를 하고 회사에 나와 당장이라도 기계를 고장시킬 것 같았던 중국인 직원들도 이제는 많이 깨끗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겸허함입니다. 중국 사람들 자존심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들도 요즘에는 한국사람들을 올려다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무시해서는 안되지요. 일본인들이 비록 중국사람들로 부터 깊은 정은 받지 못하지만 중국을 무시하는듯한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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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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