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는 매출채권 등을 위조해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5,900만원이 추징되고 전 대표이사는 검찰에 고발됐다.
회계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감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당해 회사 감사업무 3년간 제한이라는 처벌을 받았다.
이 회계법인은 투자자들로부터 부실감사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부실감사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회계법인이 부쩍 늘고 있다. 부실감사는 기업의 회계부정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법원 및 회계법인 등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이 부실감사로 입은 피해를 물어내라며 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1심이 선고된 사건은 모두 21건(소송가액 1억원 이상), 소송가액은 총 655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부실감사가 늘어나는 이유로 지나치게 낮은 감사보수, 감사시기 집중에 따른 회계사의 과로, 회계에 대한 기업의 그릇된 인식 등을 꼽고 있다. 특히 낮은 감사보수는 회계법인들이 감사에 투입하는 시간·인력 등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감사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감사보수는 비슷한 규모의 해외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최근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SK텔레콤·SK에너지·롯데칠성·삼성전자·국민은행 등 국내 기업들과 애플·제너럴모터스(GM)·AT&T·엑손모빌·펩시·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해외 기업들의 감사보수 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2012년 현재 현대차의 자산총액은 121조원, 감사보수는 15억원이었다. 미국 GM의 자산총액은 164조원(환율은 달러당 1,100원 적용), 감사보수는 462억원이었으며 포드의 자산총액은 210조원, 감사보수는 451억원이었다.
SK텔레콤의 자산총액은 26조원, 감수보수는 12억원인 반면 미 AT&T의 자산총액은 300조원, 감사보수는 264억원이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도 자산총액 75조원, 감사보수 106억원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감사보수를 지급했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감사보수가 낮으면 자연스럽게 감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이 줄고 부실감사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감사는 공공재인 만큼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새로운 회계감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