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교육정책 문제라고? 백화점 문화센터 따라해 보시죠!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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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낙후됐고, 대학생 학력이 문제라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교육부와 대학은 백화점 문화센터를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백화점문화센터와 대학에서 강의를 병행하고 있는 어느 강사의 말이다.
취재를 하면서 문화센터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처음 들었던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 백화점 직원 뺨치는 서비스 정신, 쉽고 재미있는 강의내용, 수강생 위주의 커리큘럼, 실력 없으면 즉시 퇴출되는 살벌한 시스템….
심지어 신세계백화점에서 실버댄스를 가르치는 강사 김정씨는 취재를 위해 기다리는 기자를 제쳐 두고 70명이나 되는 수강생이 모두 떠날 때까지 강의실 문 앞에서 배웅하는 서비스 정신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 강사는 “백화점 문화센터는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실용적인 커리큘럼이 잘 구비돼 있다”며“대학에서는 교수가 강의를 성의 없이 해도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강하는 경우가 있지만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그렇게 했다가는 바로 다음 학기에 퇴출 된다”고 말했다.
실력 없고, 대우 받기를 좋아하는 강사가 우연히 한 두 학기 정도는 버텨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 처럼 비정한 정글의 법칙이 엄존하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실제 내로라는 저명인사가 자신의 명성만 믿고 문화센터에 강의를 개설했다가 간판을 내린 경우도 다반사다.
이와 관련 문화센터의 한 강사는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고객몰이를 위해 문화센터를 운용하기 때문에 수강생에게 인기 없는 강좌는 가차없이 간판을 내린다”며 “백화점에 나와서 강의하려면 어쨌거나 그 바닥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센터 강사는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재교육을 되풀이 해야 한다”며“수강하는 학생 숫자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강의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백화점도 이 같은 상황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마케팅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화센터 회원들의 구매율이 백화점카드를 가지고 있는 고객 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정기적으로 재방문이 담보 되는데다 고객 1인당 구매 단가도 높기 때문에 문화센터 운용에 엄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센터는 언론사, 구청 등 지자체, 대학에도 개설돼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백화점 문화센터가 시설이 잘 돼있는데다, 강사진이 뛰어나고, 구색도 다양한 편”이라며“이는 백화점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을 들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백화점과 언론사, 지자체 문화센터에서 모두 강의를 해봤다는 한 강사는 “언론사나 지자체 문화센터는 강사나 강좌관리가 상대적으로 허술한데다,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편”이라며“백화점 문화센터는 수강생이 넘쳐나는데 반해 다른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은 파리가 날리는 것은 이런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업태들 가운데 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유통업계간의 경쟁인 만큼 백화점 문화센터의 서비스경쟁력은 다른 기관의 그 것과 비교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백화점문화센터와 그 곳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스타 강사들에 관한 얘기다.
수강생 적으면 바로 폐강
국내에 백화점 문화센터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84년, 지금은 사라진 동방플라자에서 였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 쾌적한 환경에서 질 높은 문화를 즐길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백화점 문화센터라는 교육공간은 '문화ㆍ교육서비스'에 목말라 있었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동방플라자 시절 최고의 인기강사였던 '구지윤의 노래교실'은 한 학기에 수강생이 600명(3강좌 진행)을 넘어, 치열한 접수경쟁이 되풀이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90년 이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IMF를 거치며 백화점문화센터에 자극을 받은 언론사, 구청, 동사무소 등에서도 '평생교육'이란 이름으로 벤치마킹을 하기 시작했다. 문화센터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대학들도 교수와 강의실 등 기존 인프라를 앞세워 평생교육원 및 사회교육원을 운영했다.
하지만 다른 평생교육기관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문화센터의 개설 강좌수는 오히려 크게 신장하고 있다.
MBC에 운영하고, 롯데백화점이 장소를 제공하는 롯데-MBC문화센터의 경우 명동본점에서 정규 강좌 500개, 이벤트 강좌 100개로 매 학기 600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있고, 신세계는 본점(강좌수 400개), 강남(강좌수 550개), 인천(강좌수 450개), 미아(300개), 마산(350개), 광주(450개)등 2,500개의 강좌를 개설 중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가 배출해 내는 수강인원만 연 11만명에 이르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가 후발 경쟁자들을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백화점 문화센터의 경쟁력과 관련 ▦규모가 다른 평생교육시설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쾌적한 시설과 고급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각인돼 있고 ▦주부들의 취미활동에 국한됐던 프로그램들이 점차 20~30대를 겨냥한 실용적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등 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숫자는 국가 전체의 팽생교육 시설 숫자의 25%에 육박, 백화점 문화센터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 10년 전 일본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들이 고객유치의 유인 수단으로 문화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부심하는 부분은 강사 유치. 강사들이 지닌 콘텐츠가 수강생, 나아가 고객 유치의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변호사는 물론 매스컴에 얼굴이 알려진 유명 인사들도 백화점 문화센터의 입소문과 쏠쏠한 돈벌이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선 원하는 컨셉의 강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GS백화점 구리점의 경우 문화센터 강사 희망자의 이력서만 하루 평균 10통씩 쌓이고 있고, 신세계 본점 역시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강사 이력서만 하루 평균 10여통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력서로 채용하는 강사는 극소수고, 백화점은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에 따라 소개를 받거나 면접을 통해 강사를 선발한다.
강사선발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강좌의 아이템과 경력.
아이템은 참신성과 대중성이 있어야 하고, 강사의 경력은 2~3년 이상이 돼야 한다.
대개 강사들은 백화점에 강좌를 개설하면 상당한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사의 인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백화점과 강사들은 수강료를 50:50의 비율로 나누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수강생이 몰고 다니는 강사는 큰 돈을 벌지만 대다수의 강사들은 적은 수입에 만족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주현 GS리테일 대리는 "강의 지속여부는 고객이 선택하는 문제"라며"선발기준은 강좌의 신선함과, 이력, 수강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우선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8/16 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