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노맹' 은수미씨 서울대 박사 됐다

대학 입학 20년만에…"과거와 미래 잇는 다리 역할 하고 싶다"

1980년대 노동운동을 주도하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6년간 복역했던 은수미(41.여)씨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1980년대 말 박노해ㆍ백태웅씨 등과 함께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사노맹)'을 결성,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은씨가 대학에 입학한 지 20년이 지난 올 1월 `한국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연구'란 논문이 통과돼 조만간 박사모를 쓰게된 것. 서울대 사회학과 82학번인 은씨는 2학년이던 1983년 시위를 벌이다 제적된 다음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1992년 초에는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돼 실형을선고받고 강릉교도소에서 6년간 복역했다. 1997년 출소한 은씨는 노동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를 선택했다. 하지만 15년만에 돌아온 교정은 마냥 낯설기만 했다. 특히 6년간 독방생활을 했던 은씨에게 정신적 후유증은 심각했다. 출소 뒤 밀실공포증과 고소공포증 때문에 미끄럼틀에서도 못 내려올 정도였고 지금도 등산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어려움 못지 않게 힘들었던 것은 변해버린 시간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더 이상 학생도 아니었고, 왜 살아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힘든 시기였다. 은씨의 남편은 당시 부인에 대해 "건드리면 유리처럼 바스러질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은씨는 우여곡절 끝에 1998년에 학부를 졸업하고 1999년 석사, 2001년에는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1999년에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친구였던 대학 동기와 뒤늦은 결혼식도 올렸다. 은씨는 "내게 1980년대는 역사가 아닌 현재의 무게로 남아있었는데 논문을 쓰면서 이를 씻어낸 느낌이다. 지난 20년의 인생을 판갈이하고, 무언가로부터 놓여난 듯하다. 석ㆍ박사 6년동안 다시 단단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씨의 논문 주제는 자신이 20년간 몸바쳐왔던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다.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10%도 안 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동운동은 위기상황을 맞았는데도 노동계급은 어떻게 원내에 진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 논문의 출발점이다. 그는 지금의 민주노동당을 상징과 실제 구조가 불일치하는 한계를 가진 `상징연합'으로 규정하고, 상징과 구조의 통합이 없다면 민주노동당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진단했다. 은씨는 한국 노동운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하며, 민주노동당도 정책적 이념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석화된 박물관적 지식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살아있는 역사를 알려주고 싶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씨는 올해 1학기부터 이 대학 사회학과에서 `사회운동론'을 강의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