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해의 작은 소망/신승교 LG건설사장(로터리)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시장에 가볼 것을 권하고 싶다.시장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급과 수요의 관계에서 일정한 때에 교섭하고 교환거래를 행하는 특정한 장소를 일컫는데, 자본주의의 근간인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제원리가 가장 잘 표출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백화점에 그 역할을 많이 빼앗겼다고 하지만, 그래도 시장에 가면 상인과의 흥정을 통해 적정한 가격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흥정을 잘하면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바가지를 쓸 수도 있는 곳이 시장인 것이다. 그러나 밀고 당기는 흥정이 있기 때문에 정찰제인 백화점보다 시장이 정겹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는 남대문시장과 인접해 있는 까닭에 나는 밤 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가끔씩 시장 상인들의 삶의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곤 한다. 그럴 때면 그들의 부지런함과 삶에 임하는 진지함에서 자칫 느슨했던 나의 생활 자세를 추스르곤 한다. 새벽시장을 보러 온 지방 상인들의 대절버스를 비롯, 서울 인근지역 상인들의 차량, 알뜰 구매자들의 차량으로 인해 밤12시를 넘어서면 남대문시장 일대의 주차장이나 도로는 이들의 차지가 되어 때아닌 교통체증 현상까지 일어난다. 나도 이러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늦은 귀가 시간이 더욱더 지체되어 짜증나는 경우가 생기나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싱그러움과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 때문에 그 짜증이 곧 풀어지곤 한다. 하지만 요사이 불경기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지면서 이들 시장사람의 모습도 왠지 그전만큼 밝고 활기차 보이지 않고 그들의 대화 속에도 『장사가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그런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신년을 맞으면서 쏟아져나온 각종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의 경제상황 또한 작년에 이어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 하니 더욱 더 마음이 어둡다. 그러나 「위기는 극복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속설처럼 이러한 경제 위기가 우리 국민들의 경계심을 일깨워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근검과 절약이 미덕인 사회, 옳음이 대우 받고 그름이 배척받는 사회풍조를 바탕으로 우리의 저력인 「신바람 문화」를 일으킨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새벽을 밝히는 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그들의 입에서 『요즘 참 살맛 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으면 하는 것이 정축년 새해를 맞는 나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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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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