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얼마 전 영국의 유력 디자인 잡지인 ‘아이콘(ICON)’에 한국 디자인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계 이슈 20개를 선정했는데 그중 ‘South Korea’가 포함된 것이다. 선정 이유를 보니 기업의 디자인 투자가 괄목할 만큼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 주도의 디자인정책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사실 한국은 지난 30여년간 가격경쟁력 중심의 대량생산ㆍ대량수출에 힘입어 경제 규모 세계 12위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세계화 지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무한경쟁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선진국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한 반면 한국은 과거 물질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소비도 개성·감성 표현의 시대 디자인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영국을 보자.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영국은 우울하고 희망마저 잃어버린 중세의 암울함까지도 느껴지는 노쇠한 나라에 불과했다. 그런 영국이 최근 빠른 속도로 화려하게 탈바꿈해가고 있다.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창조산업의 규모가 지난 10년 새 두 배나 성장했으며 세계적인 기업들의 디자인 연구소가 런던으로 몰려들고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저성장으로 허덕이고 있는 한국 경제도 이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때다. 디자인과 같은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한국 곳곳에서 디자인이 주요 관심사로 불거지고 있다. 얼마 전 세계 디자이너의 관심 속에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으며, 국가적으로도 도시 환경 등 국가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더 앞서간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기ㆍ가전ㆍ자동차 생산기업들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경영 핵심전략으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300명 이상의 디자이너를 보유할 정도로 규모면에서도 세계적인 기업들을 앞서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독일의 iF디자인공모전과 같은 해외의 유명 디자인상 하나를 타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한국 기업들이 이제 세계의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디자인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디자인과 관련된 통계 수치를 보면 중소기업의 56%가 아직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에 의존하고 있고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60%에 이른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세계적인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지식, 고객맞춤형 기술과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지 않은 복잡한 기술과 기능만을 내세우거나, 또는 소비자의 개성과 감성을 무시한 제품만 내놓는다면 결국 소비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는 진단이다. 부가가치 창출위해 적극 투자를 고객들은 제품을 통해 기업을 만나게 된다. 과거에는 제품의 기능과 생산에 비중을 두고 마케팅이 이뤄졌으며 디자인은 단지 제품의 외관을 얼마나 보기 좋게 만드는가에 국한됐다. 그러나 고객의 가치 기준이 감성의 중시로 변하고 직관에 의지해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디자인의 역할은 고객의 심리와 감성의 만족, 문화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확대되고 있다. 즉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다. 디자인은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화두가 됐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혁신적인 디자인 없이는 명품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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