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요금 자율화의 의미/임윤성 동덕여대 정보과학대학원장(기고)

최근 입법예고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백미는 사업자의 요금자율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경쟁체제 전환에도 불구, 정부는 「경쟁환경의 조기정착」이라는 아리송한 이유로 신규사업자에 편파적으로 유리한 규제정책을 써 왔다. 이에 반해 이번 요금자율화는 「경쟁효과의 가시화」라는 측면에서 이용자들이 반길만한 조치로 평가된다.이 조치를 두고 최근 찬반공방이 있지만 요금자율화의 의미는 요금인하에 있기에 논의의 초점도 당연히 이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현행 인가규정에 발목이 묶인 주도적 사업자는 후발업자보다 높게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 주도적 사업자가 바라는 것은 그 격차만큼의 인하 뿐이지 요금경쟁 그 자체는 아니다. 묵시적 담합이 가능한 상태에서 제살깎기 가격경쟁은 그 어떤 사업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업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의 논쟁에서 과거 경직돼 있던 기존 지배적 사업자들이 경쟁촉진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 신규사업자들이 보수적 태도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신규사업자는 지배적 사업자에 요금이라는 무기까지 쥐어주는 것은 경쟁환경 정착에 도움이 안되고, 지배적 사업자들이 「약탈적 요금」을 이용하여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개방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요금경쟁을 유보해야 경쟁환경을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신규사업자의 진부한 「시간벌기」논리는 이제 더 적용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경쟁정착은 바로 신규사업자가 국민에게 보여야 할 과제다. 이와 같은 「해바라기」식 습관은 새로운 국제 경쟁환경 적응을 위해서도 하루 빨리 불식돼야 한다. 또 가격파괴로 신규사업자를 몰아내려는 지배사업자의 약탈적 요금이라는 논리는 이미 우리 통신시장에서 더 이상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지배적 사업자는 약탈적 요금을 유지할 만한 독점부문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독점시대보다도 경쟁이 도입된 후 우리나라의 요금인하폭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요금인하라는 경쟁효과의 가시화를 구차한 논리로 계속 지체시켜선 안된다. 요금자율화가 시행되기 위해선 물가안정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재경원의 미온적 태도로 아직 그 시행여부는 불투명하다. 요금자율화가 요금경쟁과 요금인하로 이어지기 위해선 암묵적인 담합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 규제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요금자율화는 이 때 비로소 국민이 바라는 요금인하와 더불어 개방에 대응한 통신사업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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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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