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거리를 걷다 보면 남동쪽 모서리에 고슴도치 같이 생긴 건물이 눈에 띈다. 최근 리모델링을 한 덕원갤러리다.
덕원갤러리는 60, 70년대 극동방송국이 있었던 부지에 있는 건물로 오랜 기간 1층은 은행으로, 위층은 모두 전시실로 사용돼 왔다.
리모델링 설계작업을 한 건축가 권문성 씨는 “본래 덕원갤러리 건물은 인사동보다 종로통에 어울릴 듯한 규모와 외양을 가지고 있었다”며 “오랫동안 전통거리로 시민의 가슴에 남을 인사동과 어울리고 우리 문화의 정서를 담아내는 집이 가져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인사동은 한가운데 구부러진 길을 중심으로 양편에 좁고 곳곳이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거리다.
개화기 이후 이어오던 골동품 거래의 명목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화랑, 전통공예품 판매상, 토속 음식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이런 주변환경 속에서 덕원갤러리 외벽은 파기와를 회벽과 함께 쌓아올려 전체적으로 옛날 담장과 같이 친근하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인사동 사거리에 위치한 덕원갤러리는 네 거리와 맞닿는 모서리로 난 계단을 통해 5개 층 모두를 쉽게 올라갈 수 있게 만든 점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계단 자체도 언덕의 골목길 같은 느낌을 주며, 다른 층을 통하지 않아도 원하는 층은 물론 옥상의 야외정원과 옥외 카페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옥상으로 직접 올라가기 위한 엘리베이터도 투명한 유리재질로 모서리 부문에 설치됐다.
건물 앞면은 2개 층으로 잘라내 옆 건물과 비슷한 높이의 3층 건물로 보이게 만들어 주위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곳의 옥상은 언덕길 계단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건물 뒷면 1, 2층에는 거리와 어울리는 공예품 판매장이 들어섰고 3~5층은 화랑으로 썼다.
4층의 옥상정원은 3~5층에 위치한 화랑의 중앙에서 휴식과 옥외 전시용으로 쓰였다. 5층은 3, 4층과 달리 거친 느낌이 들도록 마감했고 천정에도 변화를 줬다.
천정의 구조는 옥상정원의 언덕 계단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