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화학사업은 가능한 계열화 단계까지 확장하고 정밀화학부문을 다양화 할 계획이다. 2007년까지 매년 100억씩 바이오 사업에 투자해 가겠다. 중국으로의 사업확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만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맺을 방침이다.”지난 달 25일 비전선포식을 갖고 2007년까지 매출 및 영업이익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수그룹의 김상범 회장은 비전을 달성할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김회장은 먼저 그룹의 주력인 화학이 유가급등과 환율강세, 수입국의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외부환경이 밝지는 않다면서도 독점성이 강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세제원료(LAB) 생산에 머물지 않고 라스(LAB의 다음 생성물) 생산까지 계열화 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최근 동유럽의 라스 공장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TDM(합성수지 및 고무 중합 조정제) 등 정밀화학과 생화학 제품으로 다양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은 10년 후 화학을 대신해 그룹의 성장엔진으로 떠오를 사업으로 바이오 부문을 꼽았다.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0억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김회장은 아직 멀었다는 판단이다. 그는 “매년 100억원씩 투자해 가면 2007년쯤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사업 추이를 지켜보며 그(100억) 이상도 쓰겠다”고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항체 신약 개발`이지만 페타젠 등 바이오 계열사를 통해선 유전자를 이용한 암진단법 개발 등 상업화가 가능한 일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에 대한 김회장의 관심은 재계에서 그 누구보다 오래 됐으나 접근방식은 신중하다. 김회장은 지난 95년 이수세라믹이 중국 산둥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면서도 다른 사업부문은 투자를 보류한 채 중국시장을 탐색해왔다. 김회장은 최근 중국 공략을 본격화할 필요성을 느껴 “계열사인 이수페타시스가 인쇄회로기판(PCB)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만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며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김회장이 요즘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대신생명 인수 문제. 김회장은 “상대가 있는 일인데다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며 언급에 신중을 기했지만 “운영복안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신생명 인수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회장은 특히 금융사업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김회장은 “계열사 지원이나 사업을 용이하게 하려고 금융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며 “금융업 자체에 매력을 갖고 있고 만약 한다면 주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업) 10년 전부터 준비 해왔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대신생명이라면 대형 보험사들이 놓치기 쉬운 틈새시장에 집중해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는 업계에선 기업규모에 비해 임직원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앞으로 5년이 이수에게 도약이냐 정체냐를 가를 중대한 고비”라고 밝힌 김회장은 새 비전을 달성하고 50년 후에도 좋은 기업으로 남기 위해 인재육성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보강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회장의 `인재 키우기` 복안은 세계 최고기업 GE의 인재교육 방침을 벤치마킹하면서 이수의 기업문화를 만들고 이에 적합한 사람을 양성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회장은 “업무마다 특성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한편 면접을 강화해 하나의 일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골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생명을 인수하면 교육 인프라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연수원도 설립할 생각이다. 인재육성 전략에서 그가 무엇보다 신경 쓰는 것은 자연적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만들어지는 토양. 그래서 김회장은 성과에 걸맞는 보상이 해당 직원에게 돌아가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에 그는 2,000%가 넘는 성과급을 몇몇 직원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이수그룹의 계열사 이름엔 `페타`가 들어간 곳이 많다. 페타는 그리스어로 `1,000조` 라는 천문학적 수의 단위를 일컫는다. 김회장은 “고객이 맡긴 돈을 크게 불리겠다는 의미로 창투사와 투자자문사에 처음 썼다”며 “앞으로는 이수가 고객만족을 천문학적으로 높여나가겠다는 약속으로 이해해 달라”며 웃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김상범 회장은 경영철학을 묻자 젊은 오너답지 않게 서슴없이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그에 걸맞는 경영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회장은 사람은 저마다의 잠재능력이 있어 애착을 갖고 일을 하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면서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하게도 “우리 직원들이 하루 일과 중 20%만이라도 자기 일처럼 회사일을 생각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주주들이 좋아하겠다고 되묻자 김회장은 곧바로 “고객이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의 한 측근은 “고객만족을 중요시하는 것은 김회장이 10여년의 미국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것이 기업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회장은 사석에서나 임직원들 앞에서 자주 “이수가 50년, 100년 후에도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가 되자”고 강조한다. 이는 자본주의 역사가 긴 미국에서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일류기업들을 봐오며 부러움을 느낀 김회장의 욕심(?)이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 분명한 경영철학이 나이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면 경영 스타일에서만은 젊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은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그러면서 “이수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역동적인 조직이 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이수에서 모든 도전은 자유”라며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이 편안하게 임원 뿐 아니라 회장에게도 의견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 약력 ▲ 61년 대구 출생 ▲ 82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85년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석사) ▲ 90년 미국 미시간대 법학박사 ▲ 91년 Debevoise and Plimpton 변호사 ▲ 93년 ㈜대우 법무실 고문 ▲ 95년 이수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 96년 이수화학 부회장 ▲ 99년 이수화학 회장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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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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