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자홍 LG전자 사장(결단의 순간)

◎“PC사업 국내 3위 부진 탈출”/한국IBM과 「전략적 제휴」/“삼성·삼보정복” 기술·브랜드 동시에 도입/“IBM 특허권 혜택 누리자” 지분양보 용단/이사회 동수로 구성 동등한 경영권 확보구자홍 LG전자 사장은 내색을 못했지만 고민에 빠져들곤 했다.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LG전자의 PC사업이 「국내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많은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삼보컴퓨터를 제치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자존심도 상했다. 어디 그 뿐인가. 컴퓨터가 다른 분야처럼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성격의 사업이 아니라는 게 구사장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보통신사업의 기본이 되는게 PC 사업이고, 정보화사회의 진전으로 PC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었다. 구사장은 어떤 형태로든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모든 결단이 그렇듯 쉬운게 아니었다. 구사장은 「획기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서는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PC는 삼성이나 삼보」라는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구사장은 질적으로 한단계 발전시키는 「점프업」전략만이 LG전자의 PC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된 것이다. 여기서 내린 결론이 전략적제휴. 시간과 기술, 브랜드를 한꺼번에 사야한다는 결론에서 나온 것이다. 구사장은 『브랜드 이미지가 높고, 동시에 노트북 PC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 업체를 찾게됐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취약한 것이 브랜드 인지도와 노트북 PC였기 때문. 이때 국내 업체에 비해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체제의 미비로 PC사업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한국IBM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한국IBM도 국내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방침을 결정하고, 여러업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한국IBM이 LG와 접촉하는 순간 서로가 찾고 있는 이상적인 파트너라는 직감을 두 회사가 갖게 됐다. LG의 경우 IBM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싱크패드」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노트북 PC 등이 파트너로서 충분한 조건이었고, IBM도 국내에서 좋은 이미지와 넓은 유통망을 갖고 있는 LG와의 제휴가 국내 PC사업을 정상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지난해말 구사장과 로버트 스티븐슨 IBM 퍼스널 시스템 그룹사장이 만나 국내 PC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양측은 우선 개발·생산·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타스크포스팀을 결성하고 사업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과정에서 멀티미디어 데스크톱 PC는 LG의 기존제품을 바탕으로, 노트북 PC와 PC 서버는 IBM 제품을 기본으로 생산·판매하고 점차적으로 두회사의 기술을 접목시켜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업문화와 국적이 다른 회사였기 때문에 의견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분 구성비율에 있었다. 경영권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걸려 있었다. 의견조정을 거치면서 LG 49%, IBM 51% 비율로 지분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같이 LG가 한발짝 물러선 것은 IBM이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지 않을 경우 IBM의 자회사로 분리되지 않아 IBM의 특허권 등 LG가 누릴 수 있는 혜택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IBM측의 설득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회사는 실질적인 경영권에 있어서는 같은 수의 이사를 구성함으로써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또 LG­IBM 이라는 공동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인지도를 배가시키기로 합의했다. 최근 정식으로 법인을 등록한 LG­IBM PC(주)가 어떠한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이질적인 문화를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 것인지 업계 관계자들은 구회장의 결단의 결과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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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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