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영용 교수의 생활 속 경제] 정보, 중개인과 투기꾼

정보는 생산비가 포함된 희소 재화<br>중개인은 정보를 매개로 富증대시키는 생산자적 역할<br>집 사고팔때 중개인 거치면 적절한 가격에 매매 가능<br>투기는 불확실성에 거는 결단… 미래가격 안정에 공헌도



중개인을 의미하는 브로커(broker)는 거래 당사자들의 중간에 끼어 뭔가 수작을 부리고 수수료를 받는 존재로 생각하기 쉽다. 집을 사거나 팔 때 수수료를 지불하면 왠지 중개인이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수입을 챙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투기꾼은 생산에 기여한 바 없이 돈을 번다고 비난한다. 과연 그럴까. 집을 사고 팔 때 우리는 흔히 중개인을 활용한다. 내가 집을 팔 때는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할 사람을 원한다. 반면에 집을 살 때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팔 사람을 원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런 사람을 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럴 때 집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진 중개인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집을 살 사람을 찾는다면 중개인이 소개하는 것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 수도 있다. 자신이 직접 집을 팔 사람을 찾는다면 중개인이 소개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성사된 후 수수료를 지불할 때는 대부분이 씁쓸한 기분을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는 공짜라고 생각하나 정보란 그 정보를 얻는 동안 행동을 연기함으로써 잃게 되는 비용을 포함해 그 자체를 생산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는 희소한 재화이다. 중개인들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은 바로 정보를 공짜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론 중개인들이 눈에 보이는 물질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중개인들은 낮은 비용으로 정보를 생산해 효율성을 높이고 부를 증가시키는 생산적인 존재들이다. 중개인보다 더 지탄을 받는 존재가 바로 투기꾼이다. 투기꾼에는 세계를 무대로 석유 투기를 하는 전문 투기꾼이 있는가 하면 미래에 자신이 제공할 노동서비스의 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는 순진한 학생 투기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투기꾼이라는 사실은 간과한 채 나쁜 투기꾼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순진한 사람들을 이용한다고 비난한다. 투기는 ‘이익을 기대하면서 부(富)를 특정 자산의 형태로 미래로 옮겨가는 행위’로 정의된다. 반면에 새로 발행된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 등의 투자는 경제의 생산 능력을 변화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제 독자들께서는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 보시라. 투기는 불확실성하에서의 결단이며 미래가 확실하면 투기는 없다. 투기꾼은 미래에 석유 값이 오르리라고 예상하면 지금 낮은 가격에 석유를 구매해 미래에 예상되는 높은 가격에 팔아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 예상이 맞으면 이익을 보지만 틀리면 손해를 보므로 투기꾼은 예상이 맞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투기꾼은 석유가 덜 희소한 오늘 시점에 석유를 사서 더 희소한 미래 시점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석유라는 자원의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부를 창출한다. 전문적인 투기꾼의 활동이 왕성한 곳이 바로 선물시장(先物市場)이다. 요즈음 원유 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투기꾼을 지목하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은 오히려 미래의 원유 가격 안정에 공헌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예상이 옳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선물시장이란 오늘 약정한 가격(선물가격)으로 일정 양의 원유를 미래의 한 시점에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그래서 투기꾼은 오늘 원유를 살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는데 이 점이 투기꾼을 모리배로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이유다. 3개월 후의 석유 값이 불확실해 불안한 석유 채굴업자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라고 하자. 값이 올라 180달러가 되면 이익을 얻겠지만 100달러로 떨어져 손해를 보지 않을까 불안하다. 이제 채굴업자가 선물시장에서 일정량의 원유를 3개월 후에 배럴당 150달러에 인도하기로 하는 선물계약을 하면(선물을 판다고 한다) 3개월 후의 원유 값이 얼마가 되든 배럴당 150달러를 받으면 되므로 가격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누군가 이 선물을 사야 하는데 그가 바로 투기꾼이다. 투기꾼은 3개월 후의 원유 값을 150달러 이상으로 예상하고 선물을 산다. 예상이 맞으면 배럴당 3개월 후 150달러에 인도받아 그 이상 가격에서 팔아 이윤을 남기지만 틀리면 손해를 보므로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잘못된 예측은 투기꾼의 무지나 정보 부족으로 인한 것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투기꾼은 불로소득자가 아니라, 뛰어난 통찰력으로 돈을 버는 과정에서 시장 정보를 창출해 사람들이 희소한 석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존재다. 지난 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했다. 분양가를 낮게 규제하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어 미래에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진다. 전문적 투기꾼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구입에 나선 이유다. 장래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준 탓에 투기가 극성을 부린 것이다. “판교 로또”라는 말은 그래서 생긴 것이다. 중개인과 투기꾼은 불로소득을 취하는 협잡꾼이 아니라 정보를 생산·유통함으로써 부의 증가에 기여하는 건전한 생산자이다. 투기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취급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정보가 공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이런 행동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용어설명 ◇투기=불확실성하에서 이익을 기대하면서 부를 특정 자산의 형태로 미래로 옮겨가는 행위. 예상이 옳으면 이익을 보지만 틀리면 손해를 본다. ◇투자=경제의 생산 능력을 변화시키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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