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자분석가(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의 문의전화 공세에 『못살겠다』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각 증권사의 투자분석가마다 많게는 하루에 수십통씩 걸려오는 투자자들의 전화 등살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개별상담을 해줄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장시간 전화를 붙들고 늘어지기 일쑤여서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한편으로는 괴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성가가 높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 좋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객들의 문의내용은 『뭘 사면 되느냐』 『○○종목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데 언제 팔아야 되느냐』 『○○주식이 얼마까지 오르겠느냐』에서부터 구체적인 기업내용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하다.
이같은 현상은 올들어서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게 투자분석가들의 전언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승주(李昇周)과장은 『예전엔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이틀에 한통 꼴에 불과했고 IMF가 터진 지난해에는 전무하다시피 했는 데 올해는 하루 10~20통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증권 장병국 홍보팀장은 『올해의 경우 같은 업종내에서도 종목에 따라 주가가 극명하게 차별화되면서 개별 기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황장세였던 80년대말에는 업종 중심으로 오르는 소위 「묻지마 투자」양상이었고 93~94년에는 자산가치에 중점을 두는 투자패턴이어서 개별종목에 대한 분석이 거의 필요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증시 변화에 맞춰 개별 종목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졌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자들의 문의내용은 금융과 정보통신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데 기업내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인터넷·벤처 관련 주식이 뜨면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대우증권 이승주과장은 『영업지점에서 투자상담을 제대로 해주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하루 거래대금이 3조~4조원에 이르고 있는 데 이 정도의 거래량이면 지점 사원들은 매매주문 처리하기에도 벅차다』는 것이다.
지점 사원과는 전화통화조차 어렵자 직접 투자분석가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게 투자상담 서비스를 거의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단순한 매매체결만 해주면서 수수료로 거래대금의 0.5%를 그대로 챙기는 것은 증권사들이 거저 먹는 거나 다름없는 셈이다.
고객들의 관심제고 등 증시환경변화로 인해 증권사 리서치조직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병언 기자 MOONB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