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씨티은행 피해 사례도 매출채권이 정상적 거래에 따른 것인지 은행들이 확인하는 절차가 부실한 틈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발각되지 않았을 뿐 매출채권과 관련한 사기 대출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능한 대목이다.
씨티은행도 대출상환이 연체되지 않았다면 사기 대출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그만큼 매출채권 발생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도 여신심사 시스템 전반에 허점이 많다고 보고 행정지도에 나섰다. 사업장을 직접 방문, 납품거래가 정상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수시로 확인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변제 능력을 과신하고 은행들이 납품업체의 매출채권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사기를 저지른 KT ENS 협력업체 대부분이 부실기업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은행의 여신감리 시스템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구조화 여신의 경우 금융 사기 피해 가능성이 높아 대출이 집행된 후에도 내부 감사 등을 통한 불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내부 공모자가 나올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