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불 130엔 돌파 신 엔저 본격화

◎일 경기침체·금융불안 엔화 급락행진 주요인/일 시장개입 의사 불구 내수위축 역효과 예상 “135엔까지 하락할듯”미국과 일본경제가 호황과 침체라는 양극단을 달리면서 「신 엔저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일본은 경기 침체에다 잇따른 금융기관 파산으로 휘청이고 있는데 반면 미국은 해외자금이 몰려들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달러강세와 엔약세는 양국경제의 경기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개장초반 달러당 1백30.55엔까지 하락, 마침내 1백30엔대가 붕괴되고 말았다. 지난 92년 5월이후 5년7개월만에 처음으로 1백30엔대의 벽이 깨어진 셈이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이날 엔화는 달러당 1백29.88로 밀려났으며 런던시장에서도 달러당 1백30.35∼45엔까지 급락했다. 이에반해 달러는 독일 마르크화 등 주요통화에 대해 일제히 초강세를 기록했다. 엔화가 이날 1백30엔대로 주저앉은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실업률 발표때문. 지난 11월 실업률이 당초 예상과 달리 24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미상무부가 발표하자 엔화나 마르크화를 내다팔고 달러를 사려는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일본은행(BOJ)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나선 것도 엔화 급락을 부추겼다. 일본의 금융시스템과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감이 일본내의 외국자금 이탈, 달러 매입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엔화는 최근 홋카이도 다쿠쇼쿠(북해도척식)은행과 야마이치(산일)증권 등 일본 금융기관들의 잇따른 부도사태로 지난 한주간 줄곧 달러화에 대해 약세행진을 지속해왔다. 엔화가 1백30엔대로 진입함에 따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달러화를 내다팔아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쓰즈카 히로시(삼총박)일대장상도 지난주 『지나친 엔화 약세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개입의사를 시사했다. 과도한 엔화가치 하락은 수출엔 다소 도움이 될지라도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에 내수 위축이라는 역효과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기조를 감안할때 엔화 받치기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일본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즐겨 써먹던 정부관계자의 환율관련 발언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일본은행의 개입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엔화 매각이라는 투기적인 거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양국의 경기온도 차이, 일본 금융시장 혼란 등을 감안할때 앞으로 상당기간 엔화 약세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일본이 금융시장에 자금을 쏟아부을 경우 단기금리가 하락, 미·일 양국간의 금리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이 최근 엔저현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아시아 금융위기를 고려해 일단 내년초까지 금리 인상을 유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편이다. 이에따라 외환전문가들은 『엔화가 내년 3월말께 달러당 1백35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도 아직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엔화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경우 수출시장에서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 달러화가 엔화 등 주요통화를 제치고 세계경제를 휘어잡는 시대가 다시 도래한 셈이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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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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