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데스로리어스 미 연방수사국(FBI) 보스턴지부장은 16일(현지시간) "폭발물을 넣은 6리터짜리 압력솥 잔해들이 결승선 주변에 널려 있었다"고 밝혔다. 또 압력솥을 담았던 검정색 가방으로 추정되는 천 쪼가리와 함께 금속과 못ㆍ볼베어링(쇠구슬)도 함께 발견됐다고 전했다.
압력솥 폭탄은 사제폭탄인 IED의 일종으로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 무장세력과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들이 주로 사용하며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개인 테러리스트들도 종종 이용한다. 미국의 테러연구 및 테러대책 국가 컨소시엄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1~2011년 미국에서 발생한 207건의 테러 시도 및 사건에서 IED가 가장 널리 사용됐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시아와 유럽ㆍ중동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며 2010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테러를 기도하다 체포된 남성도 압력솥 폭탄을 소지하고 있었다. 예멘 지역의 알카에다는 2010년 영문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에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압력솥 폭탄을 비롯한 IED는 몇 가지 재료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반면 대량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IED를 이용한 테러 위협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폭스뉴스는 16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 측은 압력솥 폭탄을 만드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당장 해외 테러리스트와 결부시킬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탈레반 측은 이미 이번 사건과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인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건 하루 만인 16일 로저 위커(공화ㆍ미시시피) 상원의원에게 치명적 독성물질인 리친(ricin)에 양성반응을 보인 편지가 배달돼 의회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리친은 호흡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거나 혈류에 흡수되면 입자 한 개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미국에서는 2001년 9ㆍ11테러 당시에도 사건 발생 며칠 후 언론사와 의회ㆍ우체국 등에 탄저균이 담긴 우편물이 배달돼 5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한 바 있다.
한편 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전날 일어난 보스턴 폭발사건에 대해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위라고 규탄하면서 "폭탄이 무고한 시민을 겨냥했다면 이는 테러행위"라고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FBI가 이번 테러행위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WSJ 등 미국 언론들도 16일 당국자들이 "지금껏 보스턴이 맞닥뜨린 가장 복잡한 범죄현장"이라고 발언했다며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스턴 경찰은 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5만달러(약 5,560만원)의 상금을 주겠다면서 시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