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분양 대책 이후가 문제다

정부가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한 상태로 치닫고 있는 지방의 아파트 미분양 사태에 대해 처방전을 내놨다. 골자는 내년까지 공공기관과 민간을 통해 지방 미분양 아파트 2만5,000가구가량을 매입하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대구 동구 등 11개 지역의 투기지구를 해제해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지방 중견 건설업체들의 흑자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중소 건설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대구ㆍ부산ㆍ대전ㆍ광주 등을 위주로 공격적으로 분양사업을 펴다가 공급초과와 시장침체로 인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수십 수백개의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작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신규 아파트도 입주가 안돼 분양가 이하로 시세가 형성된 곳이 적지 않아 신규 분양아파트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7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9만1,000가구(건설교통부 집계)의 미분양 아파트가 연말을 전후해 10만가구를 돌파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업계의 분양률 뻥튀기 발표 관행을 감안하면 실제 미분양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로서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국면에 맞닥뜨린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과당경쟁ㆍ고분양가ㆍ부동산정책 실패가 맞물린 미분양 문제에 대해 혈세를 쓰는 것은 대선을 앞둔 선심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지방만이라도 대출규제 및 세제 완화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쓰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심화되고 있는 지방 미분양 해결을 위한 하나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대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책으로 수혜를 볼 미분양 물량이 제한적이고 재원 마련도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인 게 현실이다. 또한 소위 ‘땡처리 가격’에 매입한다고 해도 임대주택 전환시 수익성 유지 문제도 주요 과제다. 기존 계약자의 소송제기 및 계약해지 우려나 신규 분양수요 감소 전망 등의 부작용은 어떻게 해소할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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