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무공시 경영진 범죄 횡령 등에 국한을

금융위원회가 상장회사 경영진과 대주주의 횡령 등 경제 관련 전과기록을 사업보고서 등에 의무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소액투자자 보호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만 금융위가 연구용역 등을 거쳐 의무공시 대상으로 검토 중인 전과 가운데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포함돼 있어 경영위축과 인권침해를 초래하지 않게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 개별공시제도처럼 자본시장법에 명문화한 뒤 금융위의 '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 등에 반영하면 될 것이다.


의무공시 대상 범죄로는 횡령ㆍ배임, 내부자거래ㆍ시세조종ㆍ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관련 전과, 파산전력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횡령ㆍ주가조작 등과 관련된 범죄는 우선적으로 의무공시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인수합병(M&A)을 빙자해 상장회사들을 사고팔면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횡령한 악덕 기업인에게 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피해를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지만 피해확산을 막을 장치는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임원진의 횡령ㆍ주가조작 등 전력을 의무공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뿐이라고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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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업무상 배임죄는 의무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학계에서도 "독립적이며 선의에 입각해 업무를 판단했다면 회사에 손실을 끼쳤더라도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한국과 함께 업무상 배임죄를 처벌하는 독일조차 증권거래법을 통해 상장기업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 경영자 책임을 감면하고 있다. 업무상 배임죄의 요건을 엄격하게 정한 상법 개정안도 의원입법안으로 제출된 상태다. 정부가 실패한 기업인의 회생을 지원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한 만큼 파산전력을 의무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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