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시골길 또는 술통


시골길 또는 술통-송수권 作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술통들이 뛰어내린다


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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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이 제 흥에 겨워 뛰었단 말이지. 풀 비린내가 근육질 다리로 바퀴살을 돌렸단 말이지. 자갈들이 무료해 높이뛰기를 배웠단 말이지. 시골길이 지독한 술꾼이란 말이지. 비틀거리다가 치마 속에 들어가 죽었단 말이지. 땀 뻘뻘 흘리며 자전거 페달 밟고 달려온 자네만 맨 정신이란 말이지. 이제 반 남은 술통을 함께 비우며 뱀처럼 객사한 시골길을 서리서리 사리자는 말이지. 새벽이 오면 죽었던 모든 길이 치마 속에서 슬글슬금 살아나온단 말이지. 세상 사람들 멀쩡한 척해도 취했거나 꿈이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지? 일적불음이라도 맹물에라도 취해야 한세상 재밌게 건넌단 말이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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