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고독씨의 사연

어느 날 필자는 경기도 북부 지역으로 가는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팝송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외로운 나는 고독씨입니다. 나를 위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나는 외로운 군인입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남들은 편지도 많이 오는데 나에게는 편지 한통 올 데가 없네요. 나는 편지도 못 받아요. 그냥 잊혀진 거지요.” 이 노래는 지난 64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미스터 론니(Mr. Lonely)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6ㆍ25 때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고아를 주제로 한 곡이다. 美軍고아들의 외로운 노래 미군은 자원입대제도와 강제징집제도가 있는데 6ㆍ25 당시에는 강제징집을 했다. 아마도 강제징집을 하면서 고아들이 많이 포함됐던가 보다. 그래서 이 노래의 주인공은 “누군들 군대에 오고 싶어 왔나요. 그래서 더욱 외로워요”라고 읊었다. 한국전이 터지니까 미국 정부가 덜 부담스러운 고아들을 징집했을지도 모르지. 고아인 것만 해도 서러웠을 텐데…. 이 미군은 또 혼자서 중얼거린다. “너무 외로워요. 전화 걸어볼 데라도 있었으면…”하고. 천애 고아인데 전화 걸어볼 친척인들 있었을까. 남들이 전화 거는 걸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을까. 아는 전화번호라도 있어야 동전을 바꿔 다이얼을 돌려나 보지. 어쩌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혼자서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돌리는 시늉은 해 봤을는지도 모르지. 결국은 아는 번호가 떠오르지 않아서 다이얼 돌리기를 포기했겠지. 혈육도 없다 보니 한국전쟁에 징집당해올 때 전쟁터 간다고 울고 불고 애통해 할 사람인들 있었을까. 수송함 뱃전에서 손을 흔들었을지는 모르지만 딱히 누구를 향해 흔든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허공에 대고 손을 흔들었겠지. 남들이 흔드니까 덩달아. “외로워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외쳐봤지만 그들 중 얼마나 돌아갈 수 있었을까. 이 미군은 또 “편지들은 많이 오는데 나에게 오는 편지는 한통도 없어요” 하고 호소를 한다. 당연하지, 고아인데…. 편지해줄 혈육이라도 있었다면 가면 죽어나오는 한국전쟁에 가도록 버려뒀을까. 이마에 솜털도 벗겨지지 않은 애숭이 미군은 “나는 알고 싶어요. 왜 이렇게 기대마저 없어진 채 낙담하게 됐는지…” 하면서 결국은 막막한 기분으로 체념하고 만다. 이 미군 아이는 한국전쟁에서 죽었을까 살아서 돌아갔을까. 노래 주인공의 후일담이 궁금하다. 인간들은 왜 전쟁을 할까. 땅을 빼앗기 위해서? 땅을 빼앗아서 무엇에 쓸려고? 나이 들고 병들고 그러다 죽으면 빼앗은 땅은 쓸 데가 없어질 텐데…. 죽는데 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데 이들은 땅을 빼앗고, 빼앗은 땅을 지키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내가 죽을 때까지는 이 땅은 나의 땅(Until I die this land is mine)”이라면서 그 유명한 영화 영광의 탈출 주제곡은 마지막에 그렇게 끝을 맺었다. 남의 땅서 싸워야했던 이유는 가수 양희은씨가 씩씩하게 열창했던 ‘늙은 군인의 노래’에서도 피 흘려 싸우는 이유를 “나 죽어 이 땅 위에 묻히면 그만이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죽어 묻힐 땅이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땅은 죽을 때까지는 내 땅이고, 죽은 후에라도 묻힐 수 있는 곳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전사하기 전까지 그들의 땅이 아니요, 죽어서도 그가 묻힐 땅이 아닌 곳에서 목숨 걸고 싸워야 했던 이들은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았을까.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어떤 노인이 “내가 저 산에 가서 기도를 하면 바위 옆에 총인지 뭔지를 어깨에 걸치고 비스듬히 누워서 담배를 물고 있는 깜둥이, 흰둥이 귀신들이 많이 보여”라며 손으로 먼 데 산을 가리켰다. 아마도 보살 할머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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