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가 명강의 열전] (3) 황장선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학생이 수업 주도… "교수는 조연이죠"<br>주제발표·대화식으로 강의 진행 부족한 내용 채워주는 역할집중<br> 트렌드 좇아 살아있는 지식전달 학생들 아이디어 광고로 집행도

▦황장선 교수는…1971년생. 1997년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테네시주립대(University of Tennessee)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 중앙대에 부임했다.

황장선(39)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자신의 '인터랙티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 철저히 '수업의 조연'을 자처한다. 수업 중 무대(강단) 중앙에 더 오랜 시간 서 있는 사람은 황 교수가 아닌 학생들로 이들이 극(수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 학생들이 나와 수업 관련 발표를 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 차례대로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는 동안 황 교수는 이따금 보충 질문과 설명을 해준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조발표부터 토론까지 할 것이 많은 그야말로 빡빡한 과목이지만 황 교수의 수업은 늘 인기가 많다. 한지혜(광고홍보학과 3)씨와 김양현(광고홍보학과 3)씨는 "수업이 발표도 많고 책도 원서라 어려운 편이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고 싶어한다"며 "학생들이 참여하는 시간이 많고 늘 대화식으로 수업이 진행돼 만족해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 주도 수업…"난 구멍 메울 뿐"=황 교수는 그저 초반 10분 정도 수업을 진행한 뒤 학생 발표 중간에 개입해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줄 뿐이다. 황 교수는 수업에서 '지식 전달자'라는 역할을 철저히 지운다. 매시간 학생들은 나와서 교과서의 특정 파트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두 가지 주제를 정해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한다. 여기에 2명의 학생이 최근의 '뉴미디어'를 소개하는 'What's New'라는 발표도 한다. 황 교수는 "내가 덜 끼어들수록 수업이 좋아진다"며 "나는 중간중간 발표 학생들이 간과한 내용, 즉 '구멍'을 메워주는 역할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원활한 수업 위해 만반의 사전 작업=황 교수가 바쁜 것은 오히려 수업시간이 아니라 수업 전이다. 매 수업 학생 발표 후 진행되는 토론 주제를 정하기 위해 황 교수와 발표자들은 수업 전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사전 토론'을 벌인다. 자칫 토론이 의미 없는 대화로 흘러갈 수 있기에 미리 학생들과 문답을 통해 수업ㆍ발표에 적합한 주제를 모색하는 것이다. 주제가 정해진 뒤 발표자들이 일요일 오후12시까지 학교 e클래스 사이트에 주제를 올리면 황 교수도 바빠진다. '교과서에 없는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라'고 주문하는 황 교수이기에 학생들은 중요한 포인트를 간과했을 경우 이 부분을 추가로 준비하고 새로운 미디어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각종 자료도 수집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을 따라가기 위해 매번 새롭게 생기는 뉴미디어와 각종 사이트ㆍ트렌드를 좇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황 교수는 "학생들이 What's New 시간에 소개하는 사례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매 수업마다 적어도 두 개의 사례를 손에 들고 올라가야 한다"며 "새것이 곧 낡은 것이 되는 뉴미디어의 특성상 사례를 수집하는 일이 쉽지 않아 가끔 '왜 뉴미디어를 전공했을까'라는 후회도 한다"고 농담 반의 고백을 하기도 했다. 매번 변하는 매체의 특성상 하나의 교과서를 정해 수업하는 것도 어렵다. 다행히 이번 학기에는 마음에 드는 외국 서적을 교과서로 정했지만 마땅한 교과서가 없을 경우에는 각종 최신 저널을 읽어보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교과서를 만드는 일로 방학의 대부분을 보내기도 한다. ◇살아있는 지식을 가르친다=황 교수는 '선생이 일방향으로 중요한 것을 전달하는 것'은 '죽어 있는 지식의 전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교수가 한 말을 달달 외우고 쓰면 당장의 시험 점수는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직접 참여해 이야기한 것은 오래 가도 지워지지 않는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지식 전달의 대표적인 것이 '기말 팀 프로젝트'다. 기말고사를 대체하는 이 프로젝트는 실존 브랜드를 두고 어떤 온라인 마케팅을 펼쳐야 할지를 조별로 프레젠테이션(PT)하는 것이다. 실제로 학기 초 해당 브랜드의 마케팅 매니저가 수업에 참여하며 브랜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학기 중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해준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학생들이 제안한 '세제 광고'가 집행된 적도 있다. 황 교수는 "PT 후 해당 기업 마케팅 담당자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쓰고 싶다'고 제안해온 적이 있다"며 "광고 하단에 아이디어가 채택된 프로젝트 팀원들의 이름을 싣는 조건으로 광고 집행을 허락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후 더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관심을 갖고 열중한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지금 욕먹어도 후에 기억나는 스승으로 남고 싶다=황 교수는 '점수가 박한 교수'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4년 봄학기 때 대학원 강의를 할 때는 수강생 23명 가운데 절반이 F학점을 받았을 정도다. 점수는 박하고 수업은 타이트하기로 유명하지만 황 교수는 이런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예외를 만들면 안 된다. 당장에는 멋지고 착한 선생이 되겠지만 길게 봐서 훌륭한 선생은 안 될 것 같다"며 "지금은 욕먹을지라도 제자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기억에 남는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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