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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이 오는 6월까지 계속되는 정기신용평가에서 등급 부여 기준을 예년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우량기업으로 꼽히던 포스코의 경우 NICE신용평가가 지난 16일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포스코는 지난해 한기평으로부터도 신용등급이 'AA+'로 강등된 바 있다. NICE는 "일관제철업 경쟁업체 발생, 철강수요 부진에 따른 수급여건 저하 등이 구조적 문제라서 앞으로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는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신용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하이트진로(000080)의 경우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신용등급이 'A'로 종전보다 한 계단 내려갔다. 하이트진로는 이 영향으로 수요예측 일정도 당초 14일에서 16일로 연기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A→A-)와 삼성토탈(AA+→AA), KCC건설(021320)(A→A-), 동국제강(001230)(A-→BBB+) 등도 신용등급 강등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용평가사들이 그동안 단기적 기업실적보다는 장기적 추이를 중시하면서 단기적으로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신용등급 조정에 신중했지만 이제는 실적을 착실히 신용등급에 반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부실 신용평가에 대한 제재 강화도 한몫하고 있다. 금융위는 14일 3대 신평사 대표에 대해 신용평가를 맡은 직원들이 영업행위를 하도록 회사와 대표가 방치한 점을 지적하며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문책경고를 받은 대표들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에 선임될 수 없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월 신평사들의 소위 '등급 장사'에 대해 기관경고를 내린 바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 있어서도 기업의 전체적 업황과 재무구조 등 펀더멘털을 엄격히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준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 강등이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딱 한 번 악화됐을 뿐인데 맥주 시장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신용등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올해 정기신용평가에서는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올라가는 기업보다 월등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의 개선 여지가 크게 보이지 않는 업종일 경우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은 종전 신용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고시돼 있으면 등급 하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경록 연구원은 "실적이 좋지 못한 기업의 반등 여부를 기다리는 기한이 종전엔 1년 정도였다면 이제는 대략 6개월로 짧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