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천하제일 비색 고려청자 한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국보 95호 청자투각칠보문향로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국보 61호 청자어룡형주자

딱 이맘때 가을하늘을 보며'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을 닮았다고들 얘기한다. 원래 '비색'은 자기(瓷器) 문화를 처음 꽃피운 중국에서 '청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지만, 고려청자의 비색은 엷은 청색이 은은한 비취 옥빛 같다고 해서 따로 붙은 이름이다. 그 아름다움이 어찌나 탁월했던지 청자의 종주국인 남송(南宋)의 태평노인(太平老人)은 '수중금(袖中錦ㆍ소매 속에 간직할 귀한 것)'에서 '고려비색 천하제일'이라 적었을 정도다.

이처럼 칭송받은 명품 고려청자 350점을 모은 기획특별전 '천하제일 비색청자'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 기획전시실에서 지난 16일 개막했다. 국보 18점, 보물 11점에다 일본으로 건너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2점의 고려청자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989년에 '고려청자명품'전을 연 후 23년 만에 마련한 귀한 전시다. 김영나 관장은 "국내외 지정문화재가 이만큼 많이 모이기는 어려워 눈이 최대의 호사를 누릴 기회"라고 소개했다.

국보 제95호인 '청자 투각 칠보문 향로'는 12세기 고려 때 제작된 것으로 엷은 하늘색인 담청빛이다. 표면을 뚫어 만드는 투각과 다른 색의 흙을 채워 문양을 장식하는 고려 특유의 상감기법 등 다채로운 표현법이 절묘하게 구현됐다. 향로 몸체는 여러 겹의 꽃잎이 둘러쌌고, 맨 아래에는 세 마리의 토끼가 등으로 받침을 떠받들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토끼의 형상은 고려인의 재치를 보여준다.


수호신 격인 사자가 목에 방울을 달고 오른발로 공을 짚고 서 있는 국보 60호 '청자 사자 장식 향로'는 안에서 향을 피우면 속이 빈 사자의 입을 통해 연기가 뿜어 나오는 구조다. 용머리 물고기인 어룡을 형상화한 국보 61호 '청자 어룡형 주자'는 꼬리 모양의 뚜껑을 넣어 술을 채우면 이것이 용의 입으로 나오는 방식이다. 품에 안긴 아기 원숭이가 엄마의 볼을 만지는 '원숭이 모양 연적'은 국보 270호로 단순하지만 정감 어린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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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의 대표격인 국보 68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은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이 매병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5년 당시 기와집 스무 채 값인 2만원에 사들인 일화로도 유명하다.

또한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청자 구룡형 정병'은 이름처럼 9마리 용이 장식된 특이한 병이다. 소장처인 야마토문화관이 처음으로 국외 전시에 내보낸 만큼, 언제 또 만날 지 모를 보물이다.

전시 1~3부는 고려청자의 역사, 쓰임새, 상감기법 등을 보여주고 4부에는 '천하제일'로 꼽을 만한 명품 22점을 따로 모아뒀다. 차분히 관람하고 나면 ▦맑고 은은한 비취색인 비색의 완성 ▦고려 특유의 정감 어린 조형감각이 드러나는 상형(象形)청자의 발달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상감기법의 발달로 정리되는 고려시대 도자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16일까지. (02)2077-9000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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