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에 고향을 떠난 80대 할아버지가 고향에서 어렵게 사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도와달라며 2천만원을 기탁하기로 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박종구(84) 할아버지.
어린 시절 배고픈 설움을 겪으며 살았던 그는 최근 영광군에 소년소녀 가정을 도와달라며 2,000만원을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지난 20년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 벽촌에서 가난한 농민의 차남으로 태어난 박 할아버지는 유년 시절 땔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생활이 곤란했다.
그는 생활고를 못 견디고 열 다섯 나이에 고향을 떠났고 10여년 넘게 중노동과 날품팔이를 하며 객지를 전전하다 한국전쟁 후 목포에서 쌀장사와 염전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버는 등 자수성가 했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온 박 할아버지는 아직도 그럴싸한 구두 한 켤레 양복 한벌이 제대로 없다. 지금도 버스를 이용하고 식사도 3천원 이상은 사먹지 않는 `구두쇠`다.
그러나 불우했던 어린 시설을 잊지 못하며 평생을 살아온 박할아버지의 이웃과고향 사랑은 남달랐다. 염전 사업에서 번 돈으로 지난 70년에는 고향의 염산중학교가 설립 당시 신축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난관에 처하자 자기 재산을 팔아 학교부지 8,300평을 매입 기탁하기도 했다.
박 할아버지는 오는 5일 영광군민의 날 행사에 참석, 관내 소년소녀가정 62가구에 2천만원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