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가 비판을 받는 것은 우리 사회에 유전무죄의 잘못된 풍조가 심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돈 많은 기업이 법조계나 힘 있는 권력기관의 퇴직 공직자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이유가 인맥을 이용해 재판이나 행정에 영향력을 행사기 위해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정청탁 금지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일명 김영란법)'을 추진하는 이유도, 공정위의 내부혁신 선언이 나온 이유도 이 같은 부조리를 방지하자는 데 있다.
문제는 실천의지다. 얼마 전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5%가 지난 2011년 개정된 '전관예우금지법'이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법을 피해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도 마찬가지다. 경영감독을 하겠다며 기업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퇴직자를 막을 방도는 사실상 없다. 선후배 간 친목회동에서 은밀한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부패방지를 위한 내부 감시망을 강화하고 퇴직자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전관예우는 공정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20대 그룹 사외이사 중 21%가 판검사와 국세청 출신이고 권력기관을 제외한 관료들도 19%나 된다는 점은 내부혁신이 다른 기관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 사회가 벌이고 있는 불공평ㆍ불공정과의 싸움을 위해서라도 공직기관이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얼렁뚱땅 이번만 넘기고 보자는 식은 안 통한다. 공직자 혁신은 어느 한 기관만이 아닌 우리 관료사회 앞에 놓인 공통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