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소비자물가가 국제유가와 개인서비스 요금 상승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하반기 경제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특히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불안이 한층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침체가 나아지지 않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경제정책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활물가 15개월만에 최고치..하반기 불안 가중
통계청이 1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6% 올라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무려 4.9%나 올라 1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는 닭고기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35.8%나 올랐고 참기름 39.8%,돼지고기 27.3%, 등유 19.1%, 햄버거 19%, 경유 18.2% 등 생활물가지수를 구성하는156개 품목 대부분이 상승했다.
통계청은 하반기 물가전망에 대해 태풍, 유가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망하기 힘들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당장 정부의 에너지세제 개편방안에 따라 자동차 연료비가 큰 폭으로 오른데다 상반기 유보됐던 각종 공공요금 인상도 잇따를 예정이어서 하반기 물가압력은 상반기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7,8월은 계절적인 요인도 있어 경우에 따라 4%를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심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우리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계속 오르게 되면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어 경제 전반이 걷잡을 수 없는 하락국면에 진입할 수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 내수기업은 물론 그동안 경기를 이끌어 왔던 수출기업마저도 체감경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삼성증권 성기용 연구원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낮은 강도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내.외적 요인이 모두 모호한 상태여서 당국으로서도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물가상승률을 3%대로 억제할 수 있고 올하반기부터는 내수와 투자가 점차 살아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직은 중론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은 통상 물가상승과 저성장이 최소한 1-2년 지속될 때를 말한다"며 "아직은 단기적인 현상이므로스태그플레이션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만 고대하는 정부
계속된 물가불안은 올하반기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전망이나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물가상승을 주도한 것이 국제유가 상승이고, 하반기 전망도 지방공공요금 인상과 태풍 등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단 지켜볼 수밖에없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대의 물가상승률은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더구나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 현상은 있지만 경제성장은 꾸준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물가부담을 경제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국제유가 등 최근의 물가는 외부요인에 의한 요인이 크기 때문에 당장의 정책변화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