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몽골 등 제3국을 경유 한국에 정착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탈북자 부부 김모씨가 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에 들어와 LA에 정착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 체류중인 탈북자는 약8명으로 이중 5명은 LA, 3명은 뉴욕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지역에서 숨어지내다 중국 위조여권으로 한국 경유없이 직접 미국으로 들어온 탈북자까지 합치면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 가운데 미국행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락을 미국내 탈북자들과 주고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그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한국내 탈북자들이 미국행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가중돼 왔고 탈북자에 대한 한국내 정서 또한 예상밖으로 냉랭하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또 한국의 문화와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한국정부가 지급한 정착금을 모두 날려 버린채 경제적 압박을 받거나 방황 끝에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국을 새 탈출구로 택하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올초 LA에 들어온 탈북자는 "일반인들과 달리 탈북자들은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며 "특히 고위직 출신일수록 그같은 위기감은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학연수 명목으로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중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탈북자들은 방문비자로 입국, 사실상 불법체류 신분이어서 취업을 못하는 등 생계를 이어가는데 큰 곤란을 겪고 있다. 때문에 북한선교를 담당하는 교계에서 비공개리에 기초적인 생활기반을 지원해 주기도 하지만 장기적 안목의 지원책이 전무해 한인사회 차원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탈북자 지원단체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엑소더스 21의 신동철 목사는 "어떤 형태로든 탈북자들의 미입국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체류신분 등을 해결할 법률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내 탈북자들도 나중에 들어올 동료들을 위한 기반조성 차원에서 탈북자 및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탈북자 연합회`(가칭) 결성을 적극 검토중에 있어 탈북자 문제는 조만간 한인사회에서도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