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1일] 조급함을 버리자

'22.4%' 우리나라 펀드매니저의 연평균 이직률이다. 쉽게 말해 한 자산운용사를 기준으로 펀드 매니저 10명이 있다면 2명 이상이 1년 내에 회사를 떠난다는 뜻이다. 펀드 매니저가 자주 바뀌면 펀드의 포트폴리오(편입 종목)가 변경돼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또 펀드 운용철학도 바뀌어 펀드의 수익률과 안정성 모두 손상 받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를 줄여보고자 지난 9일 '펀드매니저 종합공시서비스'를 열었다. 운용사별로 펀드매니저의 근속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펀드별로는 매니저 손 바뀜이 얼마나 심한지 등을 공개해 매니저들의 잦은 이직 현상을 감소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아직 우리 펀드시장 환경이 펀드매니저들을 이직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 잦은 이직의 근본적인 원인은 투자자들의 조급함에서 비롯된다. 펀드 투자는 장기적 성과를 봐야 하지만 주 단위, 월 단위로 수익률이 공개되며 펀드들이 평가 받고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압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운용사는 6개월, 1년 단위로 매니저를 평가해 수익이 저조한 매니저들을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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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지키려는 매니저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 종목을 발굴하기보다는 단기수익률 올리기에 급급해지고 시장 수익률을 지켜내기 위해 특색 있는 포트폴리오보다는 벤치마크와 유사한 펀드를 만들어낸다. 우리나라 펀드들이 운용철학을 찾아보기 힘든 비슷한 펀드만 판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펀드가 비슷해지니 매니저들의 차이도 사라지게 됐고 이는 다시 운용사가 매니저를 쉽게 교체해도 무리가 없는 근거가 됐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투자자들은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운용사도 2~3년 이상 성과로 매니저를 판단해야 하고 매니저들은 자신만의 고집과 운용철학을 가지고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병행되면 굳이 공시가 아니더라도 높은 이직률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본시장은 충분히 전통 있는 펀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 각 주체 간의 조급함을 조금만 덜어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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