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데이콤 경영권 장악포기」로 LG는 숙원이던 종합통신그룹으로 변신할수 있게 됐다. LG는 유·무선 통신사업을 비롯, 인터넷·PC통신·시스템통합(SI)·통신장비·위성방송 등에 이르는 부챗살 사업영역을 갖는 종합 정보통신그룹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이같은 극적인 국면 전환을 있게 한 주인공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동양그룹. 데이콤 경영권을 잡기 위해 삼성이 대우중공업, KBS, 연합뉴스 등의 지분을 잇달아 매입해 24.40%를 넘기는데도 LG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삼성이 동양의 지분을 제외하고도 30%까지 지분을 늘린다는 내부 목표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도 LG 내부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LG가 데이콤을 갖는 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는 「대세론」이 반응의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LG는 동양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분율 16.68%(우호지분 포함때 23%)로 LG와 손을 잡을 경우 삼성의 바람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동양이 「데이콤의 경영권이 현안이 될 경우 지분을 LG에 매각한다」는 굳은 약속을 해두고 있었던 것. 삼성은 4월28일 대우중공업의 데이콤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공세를 시작했으나 LG와 동양의 약속은 이보다 훨씬 빠른 4월10일께 이미 맺어져 있었다. 즉 LG는 오래전부터 동양과 「공조체제」를 구축해놓고 그동안 5% 지분제한이 풀리기만 기다렸다는 얘기다.
◇LG의 다음 행보는
삼성의 백기(白旗)로 사실상 데이콤의 경영권을 확보한 LG는 종합 정보통신그룹으로의 변신을 위한 발빠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 3일 정보통신부에 제출한「기간통신사업 허가조건 변경 신청서」에서 이미 종합 정보통신사업 비전을 밝힌 바 있다.
LG는 우선 데이콤과 기존 PCS회사인 LG텔레콤간의 시너지효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한 유·무선 종합 통신서비스회사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것. LG는 유선분야(데이콤)의 강화를 위해 오는 2005년까지 총 6조5,000억원을 투자해 매출을 10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LG가 이를 통해 지향하는 것은 21세기 통신산업의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이다. IMT-2000은 유·무선을 수렴하면서 동영상을 이동단말기로 전송할 수 있어 통신 발전의 완결판이나 마찬가지다. 통신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데이콤을 확보한 LG가 IMT-2000사업권 선정에서도 한층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는 또 데이콤이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PC통신 천리안을 바탕으로 인터넷기반 전자상거래 및 멀티미디어 통신분야의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번에 통신과 인터넷분야의 최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
LG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통신장비제조업(LG정보통신)과 서비스업(LG텔레콤)을 함께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여타 기업들의 시샘을 받기도 했지만 누구도 갖지 못한 양쪽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여기에다 데이콤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 셈이다.
LG의 이같은 위상변화는 한국통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종합통신사업자 육성을 천명한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LG는 일단 한국통신과 정면으로 겨룰 수 있는 2강으로 부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LG가 데이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대신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삼성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LG는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하나로에 대한 집착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다만 하나로의 경영권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데이콤 문제가 일단락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조용히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백재현 기자 JHYUN@SED.CO.KR